출입구 쪽을 경계하며 피해자의 커피에 마약류를 넣는 피의자들. 사진=남대문경찰서 제공·연합뉴스
출입구 쪽을 경계하며 피해자의 커피에 마약류를 넣는 피의자들. 사진=남대문경찰서 제공·연합뉴스
내기 골프를 치던 상대방의 커피에 몰래 약물을 타 75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일당 3명이 마약류관리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송치됐다. 이들은 사전에 일부러 골프 내기에서 져주는 방식으로 피해자의 신뢰를 얻은 뒤 약물을 이용해 인지·운동 능력을 떨어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달 30일 마약류관리법 위반과 사기 혐의를 받는 일당 3명을 송치했다. 이 가운데 약물을 섞은 음료를 제조하고 편취금을 수령·세탁한 60대 피의자는 구속 상태로, 공범 2명은 불구속 상태로 넘겨졌다.

사건은 지난 7월30일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피해자 A씨와 내기 골프를 치던 피의자들은 A씨가 화장실에 간 틈을 이용해 미리 준비한 향정신성의약품을 커피에 섞은 혐의를 받는다.

이후 A씨가 해당 커피를 마시도록 유도했다. 약물의 영향으로 A씨의 인지·운동 능력이 떨어졌지만 피의자들은 36홀 라운딩을 계속 진행했다. 결국 내기에서 패배한 A씨는 이들에게 7500만원을 송금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처음부터 A씨의 돈을 가로챌 목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내기 골프에서 일부러 져주면서 신뢰관계를 쌓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당은 역할도 분담했다. 구속된 60대 피의자는 약물을 섞은 음료를 만들어 A씨가 마시도록 유도하고 돈을 받아 세탁하는 역할을 맡았다. 나머지 2명은 피해자를 포섭하거나 약물을 미리 준비하고 커피에 약물을 타는 동안 주변을 감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피해자의 소변·모발을 감정해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을 확인했다. 전문의 자문 등을 통해 해당 성분이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란 사실도 입증했다.

골프장 내 폐쇄회로(CC)TV에서도 일당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포착됐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커피에 약물을 섞고 출입구에서 망을 보는 모습과 음료를 피해자에게 전달하는 장면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 사례를 여가·스포츠를 즐기는 일상적인 공간에도 마약류 범죄가 침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약류 사용을 목격하거나 사용이 의심되는 경우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상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