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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철기의 개똥法학] 명분도, 가능성도, 국민도 없다
사법 판단 둘러싼 탄핵 공세, 파면 근거 빈약
민생 외면한 여당의 사법부 압박, 공감 어려워
민철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민생 외면한 여당의 사법부 압박, 공감 어려워
민철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헌법은 대통령, 국무위원, 행정 각부의 장,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 수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국회가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은 탄핵 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엔 헌법재판소가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고만 규정한다.
그러나 헌재는 탄핵 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를 ‘당해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배가 있는 때’로 좁게 해석한다. 실제로 헌재가 지금까지 선고한 탄핵 심판 16건 중 파면이 선고된 경우는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과 조지호 전 경찰청장 3명뿐이다. 학계에서도 탄핵 심판은 징계나 감찰, 형사처벌 등 다른 수단과 절차로는 책임을 추궁할 수 없는 경우에 최종적·보충적으로 인정되는 제도로 해석한다.
대법원장 탄핵 사유로 거론되는 것은 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 대법관 재제청 거부, 업무추진비 부당 지출 등이다.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하고 대법원은 최고법원이므로, 대법원의 특정 재판을 탄핵 사유로 삼는 것은 그 자체로 헌법을 위반하는 일이자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를 탄핵 사유로 주장하는 것은 재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탄핵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법관 제청 거부 역시 그것이 정무적으로 적절한 판단이었지와 별개로 이는 헌법에 관한 해석 차이에서 비롯된 권한 다툼이므로 이를 위법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업무추진비 부당 지출도 대법원장이 관여 또는 지시했는지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 자체가 회식 참석인원을 부풀려 적었다는 것에 불과해 탄핵 사유가 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의결로 가능하므로 민주당은 단독으로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그러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헌재에서 파면 결정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대법원장 탄핵을 추진한다면 이는 탄핵소추 이후 헌재의 기각결정 때까지 대법원장의 직무를 정지시키겠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역설적이게도 대법원장이 탄핵소추돼 직무가 정지되면 민주당이 주장하는 주된 탄핵 사유인 대법관 재제청은 불가능하게 된다. 대법원장 탄핵이 결코 현 상황의 해법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지난 정부 시절 야당으로서 여러 공직자를 무차별 탄핵한 것은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 의미였다는 점에서 그나마 이해할 여지가 있었다. 이제는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이 민생은 뒤로한 채 ‘선출된 권력 우위론’을 주장하며 인용 가능성도, 명분도 희박한 대법원장 탄핵을 추진하는 것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 고리타분하게 헌법 제1조를 상기시키지 않더라도 선출된 권력보다 우선하는 것은 그 권력을 위임한 국민이다. 대법원장 탄핵이 과연 국민을 위한 해법인지, 본질적인 질문부터 다시 시작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