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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나무를 긁어냈더니…존재감이 더 선명해졌다
사진작가 이명호
갤러리현대서 8년 만에 개인전 '(no)thing'
키리바시·덕수궁 회화나무 연작 등 30여점
갤러리현대서 8년 만에 개인전 '(no)thing'
키리바시·덕수궁 회화나무 연작 등 30여점
이명호는 이 '나무' 연작을 2004년부터 20년 넘게 이어 오며 국내외에 이름을 알렸다. 영국 헤이워드갤러리와 호주 빅토리아국립미술관 등의 기획전에 참여했고, 미국 게티미술관과 프랑스 국립도서관, 루이비통재단, 국립현대미술관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no)thing'은 그가 이 화랑에서 8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다. 근작 30여 점이 전시장에 나왔다. 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 덕수궁 회화나무를 각각 찍은 두 연작이 중심이다.
'키리바시(Kiribati)' 연작의 무대는 적도 부근의 섬나라 키리바시다.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땅과 주민들의 삶터가 바다에 잠길 위기에 놓인 곳이다. 작가는 현지 주민들의 손을 빌려 야자 섬유를 쓰러진 나무에 듬성듬성 엮어 반투명한 가림막을 만들었다. 1층에 걸린 대표작에서는 바다와 맹그로브 나무가 이 가림막에 반쯤 가려져 있다.
2층의 '헤리티지(Heritage)' 연작은 덕수궁 선원전 터의 회화나무를 담았다. 선원전은 조선 왕들의 초상화(어진)를 모시던 건물로, 1919년부터 일제가 헐기 시작해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회화나무는 그 터에서 약 250년을 살아온 나무다. 작가는 계절과 날씨를 바꿔 가며 이 나무를 찍었다. 나무를 긁어내 온전한 사진과 나란히 걸기도 했다. 갤러리현대 전시는 12월 20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