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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봉의 호모 인베스티쿠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공익요원인가?
최정봉 이화여대 초빙교수·前 뉴욕대 교수
증권사 리포트는 객관적 통계를 담고 있을지언정 업계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내 증권사 리포트에서 매수·적극매수 의견이 90%를 넘고, 매도 의견은 0.1%에 불과한 현상은 연구원 개인의 낙관 편향 탓만이 아니다. 25년간 보고서 74만 건을 분석한 자본시장연구원의 조사에서도 목표주가를 제시한 리포트의 95%가 주가 상승을 전제했으나, 실제 달성률은 19%에 불과했다. 연구진이 지적하듯 이는 증권사의 법인영업 수익과 분석 대상 기업과의 우호적 관계 유지라는 구조적 이해상충이 낳은 결과다. 관망이나 매도보다 매수를 권해야 거래가 활성화되고 자본이 회전하는 산업적 유인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증권업은 거래량과 시장의 열기를 먹고사는 영리 사업이다. 애널리스트는 그 판에서 사람들의 기대를 자극해 자금을 회전시키는 핵심 서사 공급자다. 리포트와 목표주가는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세련된 유인책이란 뜻이다. 이런 화자에게 순수한 공익적 중립성을 기대하는 일은, 카지노 딜러에게 손님의 손해를 줄이는 패를 양심적으로 돌려달라고 부탁하는 일과 닮아 있다. 딜러가 아무리 친절해도 하우스의 규칙은 변하지 않는다. 개인의 도덕성보다 판의 설계가 먼저다.
물론 리포트가 무가치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재무제표 분석, 산업 구조 추적, 실적 추정치 등에는 투자자가 반드시 챙겨야 할 검증 가능한 데이터가 담겨 있다. 문제는 그 건조한 사실들이 언제나 ‘매수’라는 단일한 결론과 상승을 전제한 목표주가라는 종착역을 향해 배열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리포트는 절대적인 과학이 아니라, 사실 검증과 분리해 비판적으로 해독해야 할 대상이다. 분별 있는 소비자가 광고 문구를 볼 때 사실 여부를 따지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문장이 자신을 어떤 구매 행동으로 유도하는지 살피듯, 리포트 역시 화자의 이해관계를 전제하고 정보의 배열 방식을 읽어내야 한다.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이 경고했듯, 시장과 개별 종목의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리포트가 끊임없이 소비되는 까닭은 정보의 정확성 때문만이 아니라, 누군가 방향을 제시해 주기를 바라는 투자자의 심리적 수요 때문이기도 하다. 시장 참여자의 이런 의존과 관행이 리포트의 지속적인 생산과 권위를 지탱한다.
리포트를 맹목적 신뢰의 대상에서 비판적 해독의 대상으로 전환할 때, 우리는 부재하는 공익적 미덕을 기대하다가 배신감에 빠지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애널리스트에게 성직자의 양심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투자자 역시 리포트를 경전으로 모실 이유는 없다. 분석 데이터는 취하되 결론의 서사와 목표주가는 화자의 이해관계를 전제한 제안으로 걸러 읽는 것, 이것이 신뢰를 상품화해 이윤으로 전환하는 금융산업에서 투자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자기방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