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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슬로베니아·포르투갈
유럽 3국 공관 공동서한
소음·업무 차질에 대책요구
외교부, 경찰청에 협조 요청
'기자회견' 형식에 현장 단속 한계
유럽 3국 공관 공동서한
소음·업무 차질에 대책요구
외교부, 경찰청에 협조 요청
'기자회견' 형식에 현장 단속 한계
주한 우크라이나대사관 앞에서 열린 시민단체의 잇단 집회로 소음과 업무 차질 등을 겪은 유럽 3개국 대사관이 외교부에 항의성 서한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가 경찰청에 외교공관 보호를 위한 협조를 요청했지만, 시민단체가 집회 대신 기자회견 형식을 활용하면서 현장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외교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주한 벨기에·슬로베니아·포르투갈대사관은 최근 외교부에 공동명의의 공한을 전달했다. 이들 공관은 우크라이나대사관 앞에서 반복적으로 열린 집회로 소음이 발생하고 정상적인 외교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한국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공한을 접수한 뒤 경찰청에 외교공관 보호와 집회 관리 강화를 위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은 접수국이 외교공관의 평온과 존엄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곳에서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이달 2일과 8일 두 차례 기자회견 형식의 집회를 열었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을 둘러싸고 한·우크라이나 간 외교 갈등이 불거진 것이 계기였다. 앞서 우크라이나가 양국 간 비공개 합의 여부를 놓고 한국 정부와 충돌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DMZ 지뢰 폭발 사건을 거론하며 남북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경고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촛불행동은 우크라이나 측이 이재명 대통령을 폄훼하고 한반도 긴장을 부추겼다고 주장하며 단교와 외교관 추방을 촉구했다.
촛불행동 관계자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인근 외국 공관들의 항의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며 "주변에 다른 대사관들이 있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추가 집회 계획은 없지만 우크라이나 측의 향후 대응에 따라 재개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문제는 이 같은 집회가 기자회견 형식으로 열리면서 경찰의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외국 외교기관 경계에서 100m 이내 옥외집회·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기자회견은 신고 대상이 아니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단체들이 흔히 사용하는 꼼수로, 기자회견 형식을 빌리면 현장에서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기자회견 형식을 취하더라도 여러 사람이 모여 확성기를 사용하고 구호를 외치는 등 실질적인 집회 요건을 갖췄다면 집시법 위반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교공관이 밀집한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인접 공관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명확한 법 집행 원칙과 실효성 있는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부는 국제법 및 국내 법령에 따라 주한외교공관의 보호를 위해 집회·시위 등 관련 상황 발생시 경찰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며 "외교공관과의 구체 소통 내용은 외교 관례상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다빈/최영총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