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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를 만든 비결은 '기본'…후덕죽이 전한 일의 태도 [직장인 토요책방]
기본에 대하여 | 후덕죽
58년 요리 인생의 철학 담아
행동으로 이끄는 '덕죽적 사고'
"속도의 시대, 기본을 돌아봐야"
58년 요리 인생의 철학 담아
행동으로 이끄는 '덕죽적 사고'
"속도의 시대, 기본을 돌아봐야"
그런데 이 얘기를 너그러운 어른의 미담으로만 읽자니 뭔가 빠진 듯한 느낌입니다. 그는 60년 가까이 주방을 지키며 실력으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중식 요리사입니다. 호텔신라 임원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를 대가로 성장시키는 동시에, 후배들이 따르는 선배로 만든 일의 철학은 무엇일까요.
그가 새로 낸 책 <기본에 대하여>에서 들려주는 답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대가가 경지에 오르는 특별한 비법을 알려줄 것으로 기대했다면 조금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삶과 경력을 돌아보면 그 모든 성취를 떠받친 것은 결국 기본이었습니다.
그에게 기본은 하얀 조리복을 깨끗하게 갖춰 입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흰 조리복은 주방의 청결함을 드러내는 동시에,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손님에게 정성을 다하겠다는 요리사의 자세를 보여주기도 해서입니다.
그는 책에서 막내 시절도 돌이켜봅니다. 그는 쓰촨요리로 가장 유명했던 반도호텔 중식당 ‘용궁’에 무작정 세 번이나 찾아가 일하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결국 자리는 얻었지만 생활은 서럽고 고달팠습니다. 매일 아침 먼저 출근해 수십 장의 연탄을 채워 넣어야 했죠.
그에게도 자신감이 실력을 앞질렀던 때가 있었습니다. 일을 시작한 지 3년째 되던 해, 갑자기 들어온 탕수육 주문을 혼자 처리한 날입니다. 선배를 부르면 그것도 해결하지 못하느냐고 야단을 맞을 것 같았고, 이 정도 일은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손님에게 나간 접시는 음식과 함께 그대로 돌아왔습니다. 설탕 대신 소금을 넣은 겁니다.
그날 이후 요리를 시작하기 전 화구 옆 조미료부터 깔끔하게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는 조미료뿐 아니라 음식에 쓰이는 모든 재료와 도구를 완벽하게 준비해놓고 조리를 시작합니다. 독자 입장에선 늘 하던 업무라며 확인을 건너뛰고, 익숙한 자료라며 대충 훑었던 경험이 떠오릅니다. 후 사부에게 기본을 지킨다는 것은 이런 태도를 늘 경계하는 것입니다.
‘사부’는 중식당에서 주방장을 일컫는 말입니다. 인생의 스승이라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죠. ‘후 사부’답게 저자는 책에서 상급자로서 일을 잘 시키는 법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그에겐 철칙이 있습니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에게 허드렛일은 일종의 ‘말’이기도 합니다. 그는 “말로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웃음을 주는 사람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만 내게는 그런 재주가 없어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일을 하면 할수록 속도에 욕심이 나기 마련입니다. 더군다나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일도 수두룩해졌죠.
하지만 후 사부는 속도가 빨라졌다고 기본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음식 재료를 다지는 일을 예로 듭니다. 칼로 일일이 했던 이 일이 이제는 믹서를 이용해 몇 초면 끝납니다. 그는 “그럼 음식 재료를 다지는 일이 쉬워진 걸까?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믹서의 강도를 정해야 하는 요리사에게 모든 음식 재료의 특징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기본’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속도의 시대’로 접어들수록 기본부터 다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기본을 지킨다는 것은 느린 길이 아니라,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길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