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당정협의를 하고 ‘퇴직연금 기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2030년까지 모든 사업장의 퇴직급여 사외 적립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전문기관이 적립금을 모아서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노후소득인 퇴직금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사외 적립 의무화는 기업이 퇴직금을 사내에 쌓아두는 대신 외부에 적립해 체불을 예방하고, 근로자의 수급권을 보호하려는 취지다. 지난해 전체 임금체불액 중 퇴직금 비중이 41.1%(8229억원)에 달했다. 경영 악화나 폐업으로 근로자의 퇴직금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개선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영세기업에는 경영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적립금 매칭 지원(60억원)과 경영자금 융자 보전(62억원)을 추진한다고는 하나 수많은 중소·영세 사업장의 부담을 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554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6.47%였지만, 최근 10년 연환산 수익률은 2.64%에 그쳤다.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해 수익률을 끌어올린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손실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기금 규모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고 해서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가입자 이익 최우선 원칙을 법제화하고, 손해배상 책임도 명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큰 금융시장에서 사후적 책임 조항이 투자 손실을 막아주는 방패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중요한 건 운용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투명한 시장 경쟁과 독립적 지배구조를 갖춰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국민연금공단의 기금형 퇴직연금시장 참여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공적연금과 사적연금 운용을 한 기관에 집중하는 것은 위험 분산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당정은 관련 법 개정안의 연내 국회 통과를 밀어붙이기보다 중소·영세기업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고민해야 한다. 투자위험 관리와 가입자 보호 장치를 촘촘하게 하고 수탁법인의 독립적 의사결정을 보장하는 지배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