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뉴스1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뉴스1
경기지역 버스노조가 30일 첫차부터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수도권 출퇴근길에 비상이 걸렸다. 노조는 최대 30%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고 경기도도 재정 여건 악화를 들어 추가 지원에 선을 그었다. 협상이 결렬되면 도내 버스 4130대(854개 노선)가 운행을 멈추게 된다.

경기도는 전세버스 200여 대를 확보하는 등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파업이 철회되더라도 전세버스 계약에 따른 위약금은 물어야 해, 해마다 반복되는 파업 위기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역버스 942대 포함 4130대 멈출 위기

경기도와 경기지역자동차노동조합에 따르면 노사는 29일 오후 3시 수원특례시 영통구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최종 조정회의를 연다. 노동쟁의 조정 만료일에 열리는 마지막 협상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노조는 30일 첫차부터 전면 총파업에 들어간다.

파업 대상은 도내 29개 버스업체가 운영하는 854개 노선, 4130대다. 여기에는 서울과 수도권을 잇는 광역버스 63개 노선, 942대도 포함돼 있어 파업이 현실화하면 서울로 출퇴근·통학하는 경기도민의 불편이 불가피하다. 다만 도내 최대 버스업체인 KD운송그룹 계열사들은 별도 교섭을 진행하고 있어 이번 파업 대상에서 빠졌다.

노조는 지난 14일 제5차 중앙단체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이어 23일 실시한 찬반투표에서 참여 조합원 9001명 가운데 97.7%가 파업에 찬성했다. 26일에는 지부 대표자와 핵심 간부 200여 명이 모여 결의대회를 열고, 조정이 결렬되면 전 노선 운행을 중단한 채 영업소별 비상 대기체제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

◇ 임금 인상 평행선…경기도 "추가 지원 검토 안 해"

노사 갈등의 핵심은 임금이다. 노조는 노사정이 과거 합의한 ‘2026년 1월 1일 서울 버스와 동일임금 도달'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최근 서울 버스 통상임금 소송 판결로 벌어진 격차까지 반영해 준공영제 노선은 21.56%, 민영제 노선은 3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도 주요 쟁점이다. 노조는 연간 근로시간이 약 2400시간으로 전국 평균의 1.4배에 이른다며 준공영제 노선은 주 4.5일제, 민영제 노선은 월 소정근로일수 하루 단축을 요구했다. 주 2일 고정 휴일제 정착과 무사고 운전자 유급포상제 신설도 요구안에 담았다.

반면 사측은 민영제 노선의 임금 동결을 고수하고 있으며, 준공영제 노선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인상안을 내놓지 않았다.

경기도 역시 추가 재정 지원에 부정적이다. 김태완 경기도 교통국장은 이날 오전 10시 브리핑에서 "도의 재정 여건이 어려워 현재까지 추가 재정 지원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요금 인상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김 국장은 "버스요금은 지난해 인상했다"며 "현재 추가 인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은 파업 직전 경기도가 재정 지원이나 준공영제 확대를 약속하며 협상을 중재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도의 재정난이 깊어지면서 이런 방식으로 갈등을 풀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막아도 위약금…전세버스 확보 '딜레마'

김태완 경기도 교통국장이 29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촬영자 = 정진욱 기자
김태완 경기도 교통국장이 29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촬영자 = 정진욱 기자
경기도는 시·군과 함께 전세버스 200여 대를 확보하는 비상수송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세버스 계약비는 지역과 운행 조건에 따라 대당 80만~120만원으로, 200대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1억6000만~2억4000만원이다. 파업이 철회돼 운행하지 않더라도 계약금액의 20~50%를 위약금으로 내야 해, 3200만원에서 최대 1억2000만원가량이 지출될 수 있다.

그동안 전세버스 비용은 시·군이 자체 예산으로 부담해 왔으나, 올해는 경기도가 일부를 공공관리제 예산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문제는 파업이 일어나지 않아도 예산이 나간다는 점이다.

김 국장은 "전세버스를 계약했다가 막판에 협상이 타결돼 운행도 못 하고 위약금만 지급한 사례가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파업 가능성을 무시하고 전세버스를 확보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업체별로 교섭 구조가 달라 해마다 파업 참여 지역과 노선이 바뀌는 점도 대책 수립을 어렵게 만든다. 김 국장은 "경기 북동부의 KD운송그룹 계열사(경기 북동부)들이 별도 교섭으로 이번 파업에서 빠진 만큼, 주로 경기 남부와 서부 노선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반복되는 파업에 대응하면서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줄일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협상은 임금 문제에 경기도의 재정난까지 겹치면서 타결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기천 경기지역자동차노동조합 위원장은 "마지막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지만 파업을 두려워하거나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노사정 합의와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마저 거부한다면 총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창훈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위기를 넘기더라도 임금 격차와 버스업체 경영난,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며 "노사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지자체가 전세버스 확보와 위약금 부담을 떠안는 구조도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수원=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