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드론기술, 60억원 유치
맵시, 해양 내비 북극항로 적용
마리나체인, AI로 선박 가치평가
104건의 투자상담과 165건의 후속 투자 연계. 부산기술창업투자원(창투원)이 올해 단 네 번 연 스타트업 IR 행사 ‘부기테크’에서 일군 실적이다. 지역 스타트업 76개사가 90개의 VC(벤처캐피털)와 연결됐다. 스타트업을 이끌고 수도권 투자사를 직접 찾아가는 ‘부기테크 투자로드쇼’ 역시 7번 열린 행사에 31개 기업이 참가해 145개의 VC를 만났다.
1조5000억원이 넘는 지역 창업 펀드는 부산시 창업 정책의 강력한 ‘무기’다. 창투원의 부기테크는 풍부한 창업 투자 자금을 바탕으로 VC와 부산 스타트업의 연결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부산항을 중심으로 한 물류, 해양 분야에서 다양한 스타트업이 국내는 물론 해외와의 연결망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7일 플라이 아시아에서 진행된 창투원의 ‘부기테크 투자쇼’. 부산기술창업투자원 제공
◇ 헬기 대신 드론 띄워 참치 찾는다
해양드론기술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기업은 지난 2월 부기테크 투자로드쇼와 4월 부기테크 투자쇼에 참여했다. 이후 다양한 투자사와 연결되며 6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해양드론기술은 원양어선용 드론을 개발해 배에 실린 헬기를 대체했다. 원양어선의 참치 어군을 찾아주는 드론 서비스 ‘블루스코프(BlueScope)’로 헬기 조종사와 항해사가 헬리콥터에 올라 어군을 맨눈으로 확인하던 작업을 자동화했다. 드론에 탐지용 소프트웨어와 카메라를 탑재하면 사람을 태우지 않고도 먼 해역을 살피고 어군 위치를 선박에 전달할 수 있다.
드론 기체와 운용 인프라, 조종·관제 소프트웨어를 하나로 묶은 서비스 체계다. 바람과 파도, 염분 등 비행 조건이 까다로운 해양 환경에서 장시간 운용이 가능한 드론을 개발했으며, 선박에 설치하는 장비와 정비·원격관제를 결합했다.
해양드론기술의 어군 탐지용 드론은 국내 원양 선사 소속 선박에 실려 2년여 동안 총 4260회, 42만㎞를 비행했다. 드론 탐지가 직접 기여한 어획량은 1만8389t으로 전체 조업량의 2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쌓은 운용 실적은 해외 진출의 발판이 됐다. 해양드론기술은 대만과 필리핀 선사 등과 드론 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일본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 북극항로 개척한 ‘해양 AI’
해양 AI 분야에서는 항해와 선박 운항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부산의 해양 데이터 기업 맵시는 위성 관측과 기상·해류·선박 위치 정보를 결합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개발했다. 실제 해역의 환경과 선박 움직임을 가상 화면에 재현하고 AI로 위험 구간과 항로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맵시는 선박에서 사용하는 ‘맵시 내비게이션’과 육상 선대 관리 솔루션 ‘맵시 커넥트’도 개발했다. 실시간 위치와 기상, 속력·방향 데이터를 분석해 접근 위험을 경고하고 항로 이탈과 연료 소비량을 관리한다. 탄소 배출량을 추적해 국제 해운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기능도 갖췄다.
맵시의 북극항로 전용 플랫폼 ‘NSR 인텔리전스’는 위성 관측 자료와 기상기관의 해빙 정보를 중첩해 얼음 밀집도와 두께를 분석한다. 여기에 선박자동식별장치(AIS)의 항적 정보와 해도, 선박의 내빙 등급을 결합한다. 얼음이 밀집된 구역을 구분하고 선박 특성에 맞는 항로와 위험 구간을 판단하는 데 활용한다.
실제 북극항로 운항에서도 이 기술을 선보였다. 맵시는 지난 8~10월 북극항로 왕복 시범 운항에 나선 팬스타 아크로호에 육상 선대 관리 솔루션 ‘맵시 커넥트’서비스를 적용했다. 아크로호가 축치해에서 중앙 해역의 유빙을 피해 연안 쪽으로 이동한 경로도 플랫폼을 통해 확인했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지난 11일 부산항에 귀항하며 국내 컨테이너선 최초의 북극항로 왕복 시범 운항을 마쳤다.
◇ 선박 가치평가부터 해운 사무까지 공략
부산 해운 AI 스타트업 마리나체인은 선박 가치평가와 해운 데이터 분석 기술을 앞세워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핵심은 글로벌 선박 거래·용선 데이터를 분석하는 ‘마리나밸류(MarinaValue)’다.
해외 브로커 네트워크에서 확보한 중고선 거래가격, 용선료, 시장 수요 등을 AI로 분석해 선박의 가치를 평가한다. 특히 이메일 등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격 변동의 근거를 제시하는 설명 가능한 AI 기술을 개발했다. 회사는 30초 이내 선박 가치평가 결과를 도출하는 분석 엔진을 주요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해운 환경규제 대응 솔루션 ‘마리나넷(MarinaNet)’도 사업화했다. 선박의 연료 사용량과 운항 정보를 담은 자료에서 데이터를 추출하고 정제한다. 이를 토대로 탄소 배출량과 온실가스 집약도를 산출하고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EU ETS), 국제해사기구 탄소집약도지수(CII) 등에 대응하는 보고서를 생성한다.
‘마리나독스(MarinaDocs)’는 해운 계약서와 사내 규정, 기술 매뉴얼을 분석하는 AI 솔루션이다. 해운 전문용어가 포함된 문서를 디지털화하고 자연어 질문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검색한다. 용선계약서의 조항을 비교하거나 국제 규정 개정에 따라 수정해야 할 문서를 찾아내는 기능도 갖췄다.
김수진 창투원장은 “부산 기업에 실제로 필요한 시장과 자본, 기술 수요를 찾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투자 상담이 실제 투자와 사업 협력으로 이어지도록 후속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