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아시아 창업 엑스포 ‘플라이 아시아 2026’ 개막식. /부산시 제공
지난 7일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아시아 창업 엑스포 ‘플라이 아시아 2026’ 개막식. /부산시 제공
아시아 최대 규모의 창업 행사를 꿈꾸는 부산 ‘플라이 아시아’가 미국 실리콘밸리와 인연을 맺었다.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VC 페가수스 테크벤처스가 올해 처음으로 ‘플라이 아시아’와 부산 스타트업 공동 발굴에 나섰다. 부산의 유망 기업을 지역의 전문가와 공동으로 심사하고, 수상 기업에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 예정인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스타트업 피칭 대회인 ‘스타트업 월드컵’ 준결승 참가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 무대에 오를 기업은 부산의 해양 AI 기업 제이제이앤컴퍼니스로 정해졌다. 김수진 부산기술창업투자원장은 “10여 년에 걸친 부산의 창업 정책이 글로벌 무대와의 연결이라는 결실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미국 이외에도 프랑스,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수의 국가와 창업 생태계 연결을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선박 연료제어부터 반도체 소재까지

지난 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플라이 아시아의 ‘글로벌 스케일업 챔피언스 어워즈’에서 부산 지역 기업 제이제이앤컴퍼니스가 금상을 수상하며 미국 진출 기회를 얻는 데 성공했다.

부산 지역 기업인 제이제이앤컴퍼니스는 친환경 선박에 탑재된 연료공급시스템(FGSS)의 연료원인 액화천연가스(LNG)를 정밀 제어하는 기술로 페가수스 테크벤처스 심사역의 관심을 받았다.

LNG 연료공급시스템(FGSS)은 저장탱크의 연료를 펌프와 기화기 등을 거쳐 엔진에 공급하는 핵심 장치다. LNG는 온도와 압력 변화에 민감하다. 선박마다 장비 구성이 달라 수천 개의 입출력(I/O) 신호를 제어시스템과 연결하는 작업도 복잡하다.

제이제이앤컴퍼니스는 핵심 기술인 J-IAS를 통해 선박에서의 가스 공정 제어에 최적화된 논리 모듈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신호와 제어 논리를 데이터베이스에 자동으로 연결하는 ‘매핑’ 기술을 구현했다. 기존의 수작업 중심 연결 과정을 자동화하고, 고객 선박에 필요한 기능과 사용자 화면만 구성하도록 했다. 회사는 구축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운용 편의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인공지능(AI)과 원격 클라우드 분석 기능도 솔루션의 주요 기술로 제시했다.

기술은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27척의 선박에 이 시스템을 적용했으며, 스마트항만과 수중 로봇 제어 분야로 기술 분야를 확대할 방침이다.

대상을 받은 씨아이티는 부산에 드문 반도체 소재 기술로 해외와의 연결망을 확대하고 있다.

AI 가속기와 고속 통신장비는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구리 회로의 표면이 거칠면 고주파 신호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씨아이티는 원자층 증착(ALD) 기술의 정밀성과 물리적 기상증착(PVD) 기술의 생산성을 결합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씨아이티가 자체 개발한 ‘원자 스퍼터링 에피택시(ASE)’ 기술은 구리 원자를 층층이 쌓아 초박막·초평탄 회로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기존 4세대 초저조도(HVLP) 구리박보다 표면 평탄도를 최대 4배 높인 6세대 수준의 구리박 제조 기술을 확보했다. 연성동박적층판(FCCL)에서는 표면 거칠기를 5나노미터(㎚) 미만으로 구현했다.

이외에도 1년 넘게 걸리는 신발의 기획과 디자인 및 제조 기간을 AI 기술로 단 한 달로 줄인 크리스틴컴퍼니, 심해 환경 대응 해저탐사 수중 로봇을 개발한 언더워터솔루션 등 다양한 기업이 ‘글로벌 스케일업 챔피언스 어워즈’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30년 2조…활짝 열린 부산 창업 투자

부산시가 출자해 조성한 벤처펀드 규모가 올해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시가 출자한 벤처펀드는 청산된 펀드를 포함해 78개, 총 1조5771억원으로 집계됐다. 시 출자금은 1138억원으로 전체의 7.2%다. 나머지는 정부 모태펀드 6356억원과 민간 등 기타 자금 8277억원으로 구성됐다.

펀드 조성 규모는 최근 빠르게 확대됐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조성된 펀드는 1조132억원에 달한다. 2024년 3361억원, 지난해 2655억원 규모의 펀드가 조성됐다.

부산시는 펀드 조성과 함께 기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산시 출자 펀드의 누적 투자액은 8077억원이다. 이 가운데 부산 기업 241개사에 2382억원이 투자됐다. 올해 신규 투자액은 550억원이며, 부산 기업 16개사에 158억원이 집행됐다.

지난해 설립한 부산기술창업투자원은 부산시 창업 정책의 ‘정점’이다. 시 운용 펀드를 관리하고 창업 지원 정책을 일원화한 기관이다. 부산기술창업투자원은 설립과 동시에 수도권의 VC를 부산에 유치하고 관련 펀드를 적극적으로 만드는 데 앞장섰다.

부산기술창업투자원이 운영하는 ‘부기테크 투자쇼’와 수도권 투자로드쇼를 통해 지난해부터 지난 13일까지 4개 기업에 총 90억원의 투자·융자가 확정됐다.

부산시는 2030년까지 벤처펀드 규모를 2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민간자금 중심의 지역 모펀드를 확대하고, 지역 투자 비율을 35%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 목표다. 김 원장은 “전국의 우수한 VC 심사역과 연기금 등 자본 시장의 핵심 자본이 부산의 유망 기업들에 실질적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