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니어주택을 둘러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쾌적한 객실과 다양한 편의시설, 잘 꾸며진 정원입니다. 하지만 노후를 보낼 집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가 모두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입주자가 줄어도 서비스가 유지되는지, 운영회사가 바뀌어도 식사와 건강관리의 품질이 흔들리지 않는지, 건강이 나빠진 뒤에도 계속 살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일반 주택에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는 문제지만 시니어주택에서는 거주 만족도와 주거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조건입니다.

이러한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사업이 지속 가능해야 합니다. 최근 발표된 모닝스타 자료에 따르면 미국 헬스케어 리츠 벤타스의 올해 2분기 시니어주택 동일자산 순영업소득(NOI)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3% 증가했습니다. 임대료는 5.0% 올랐고 입주율은 3.0%포인트 상승한 90.9%를 기록했습니다. 순영업소득 증가율이 임대료 상승률의 세 배를 넘었습니다.

단순히 고령인구가 늘면서 임대료가 오른 결과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시니어주택의 독특한 비용 구조를 함께 봐야 합니다.

시니어주택은 입주자가 적더라도 식사와 건강관리, 생활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인력과 시설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합니다. 반면 입주자가 늘어난다고 운영비가 같은 비율로 증가하지는 않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입주율을 확보하면 매출보다 순영업소득이 훨씬 빠르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100실 규모의 시니어주택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한 실당 월 매출이 300만원이고 고정 운영비가 월 1억8000만원, 입주자 수에 비례하는 비용이 매출의 10%라면 입주율 80%일 때 월 순영업소득은 3600만원입니다.

입주율이 90%로 오르면 매출은 12.5% 증가하지만 순영업소득은 6300만원으로 75% 늘어납니다. 반대로 입주율이 70%로 떨어지면 순영업소득은 900만원에 그칩니다. 단순화한 계산이지만 같은 건물도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모닝스타가 벤타스의 경쟁력으로 우수한 운영사를 확보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시니어주택에서는 좋은 건물을 확보하는 것만큼 운영 역량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물론 미국 시장의 성장세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인건비와 고령자의 지불 능력, 의료·돌봄 제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대비 고령자 전용주택 비율은 한국이 0.12%에 불과합니다. 미국 4.8%, 일본 2.0%와 비교하면 공급 기반 자체가 크게 부족합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2035년까지 서울형 시니어주택 1만2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토지 매입비 융자와 건설자금 이자 지원, 공공기여 완화,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통해 민간 참여를 유도한다는 계획입니다.

초기 투자비와 금융비용을 낮춘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지원이 개발 단계에 집중돼 있다는 한계도 살펴야 합니다. 시니어주택은 준공이 끝이 아니라 운영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준공 이후에도 인건비와 시설 유지비, 식사·건강관리 등 각종 서비스 비용이 계속 발생합니다. 토지비와 건설비 부담을 낮추더라도 운영비가 높으면 중산층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용료를 책정하기 힘듭니다.

일반 분양사업은 주택을 판매하고 대금을 회수하면서 개발이익을 실현합니다. 반면 임대형 시니어주택은 장기간 발생하는 현금흐름이 사업성을 결정합니다. 사업자가 요구하는 투자수익률과 입주자가 감당할 수 있는 주거비의 차이를 건설 단계의 지원만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개발사업자와 전문 운영사의 역할을 구분하고 장기 위탁운영계약과 안정적인 금융구조를 갖춰야 합니다. 사업성을 평가할 때도 예상 분양가 또는 감정평가액만 볼 것이 아니라 적정 입주율과 운영비, 유지보수비를 반영한 순영업소득과 부채 상환 능력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장기요양보험의 재가급여와 시니어주택 주거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입주자도 초기 보증금과 월 이용료만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시니어주택에 얼마나 오래 거주할지, 이용료는 얼마나 오를 수 있는지, 건강이 나빠졌을 때 추가 비용이 얼마나 발생할지를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보증금 3억원에 월 주거·서비스 비용이 250만원인 주택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용료가 오르지 않아도 10년간 납부하는 금액은 3억원입니다. 보증금 3억원을 다른 곳에 운용해 연 3%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10년간 단순 기회비용도 약 9000만원입니다.

월 이용료가 매년 3%씩 오른다면 10년간 정기 지출은 약 3억4400만원으로 늘어납니다. 보증금의 기회비용까지 더하면 경제적 부담은 4억3000만원을 넘습니다. 여기에 건강 상태에 따라 돌봄 비용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보증금만 낮추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입주보증금은 사업자의 자금조달 수단이기도 합니다. 보증금을 줄이면 다른 자본을 확보해야 하고 조달비용이 높아지면 월 이용료가 오를 수 있습니다. 입주자의 초기 부담과 사업자의 장기 운영 안정성을 함께 맞추려면 리츠와 장기 금융기관 등 안정적인 투자자금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오래 살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중요합니다.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건강이 나빠져도 장기요양 재가서비스 등을 이용해 독립생활이 가능하다면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위탁운영자를 선정하거나 변경할 때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다만 독립생활이 어려워지면 다른 시설로 옮겨야 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습니다. 입주 전 계약서에서 건강 상태 변화에 따른 퇴거 기준과 보증금 반환 조건, 운영사 변경 시 서비스 유지 방안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그동안 국내 부동산산업은 좋은 입지에 건물을 짓고 공급하는 능력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시니어주택에서는 건물 완공이 사업의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이제는 집을 짓는 능력에서 삶을 운영하는 능력으로 경쟁의 기준이 바뀌어야 합니다. 얼마나 화려하게 지었는지보다 누가, 어떤 재원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건물의 품질과 운영의 지속성, 입주자의 거주 안정성을 함께 확보할 때 시니어주택은 노후의 진정한 보금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