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 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세 배 높은 1.0%에 달할 수 있었던 건 설비투자와 정부 지출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세가 설비투자 확대로 이어졌고, 상반기 예산을 아껴둔 정부가 3분기 지출을 크게 늘려 높은 성장률을 뒷받침했다. 반면 민간 소비는 4년여 만에 뒷걸음질 쳤다. 반도체가 홀로 성장을 이끌며 한국 경제의 외형을 키우고 있지만 가계의 소비 회복은 더딘 모습이다.
◇‘투자+정부 지출’이 이끈 깜짝 성장
3분기 경제 성장의 일등 공신은 투자였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1.0% 가운데 내수 기여도는 0.9%포인트에 달했다. 내수 가운데 투자 부문이 전체 성장률을 0.7%포인트 끌어올렸다. 설비투자가 0.4%포인트, 지식재산생산물 투자가 0.2%포인트, 건설투자가 0.1%포인트 기여했다.
총수출은 반도체와 기계·전기장비를 중심으로 GDP 증가율을 1.1%포인트 끌어올렸지만 수입이 1.0%포인트를 깎아내려 순수출의 기여도는 0.1%포인트에 그쳤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반도체 수출 호조의 온기가 투자 부문으로 확산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경제 주체별로는 정부 지출(소비+투자)의 성장 기여도가 0.8%포인트에 달해 민간(0.2%포인트)을 압도했다. 2분기에 민간이 성장률을 1.1%포인트 끌어올리고 정부가 0.5%포인트 깎아내린 것과 대조적이다. 이동원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장은 “중동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상반기 예산을 아껴둔 정부가 3분기 들어 대형 건설 공사,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등에 지출을 늘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강한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연간 성장률이 3%대 후반에 이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4분기 전기 대비 성장률이 0%에 그쳐도 올해 연간 성장률은 3.6%에 달한다. 이 국장은 “4분기에 1.4% 이상 성장한다면 연간 4% 성장률 달성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1인당 GDP를 올해 4만4000달러, 내년 4만9000달러, 2028년 5만2000달러로 전망했다고 27일 밝혔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X(옛 트위터)를 통해 “1인당 국민소득이 2014년 처음 3만달러를 넘어선 이후 올해 4만달러대에 진입할 전망”이라며 “성장이 일자리와 소득으로 이어지고 소비를 뒷받침하는 선순환을 통해 ‘모두의 성장’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호황
대부분 지표가 호조세를 보인 반면 민간 소비는 전 분기 대비 0.2% 감소해 3분기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내렸다. 2022년 4분기(-0.1%) 후 15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민간 소비가 감소하면서 서비스업 가운데 도소매 및 숙박음식 부문도 전 분기 대비 0.4% 줄었다.
7월부터 증시가 급락하며 개인투자자가 부담하는 증권사 거래 수수료 등 금융 서비스 소비가 급감한 영향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자동차 제조업체의 전면 파업으로 완성차 인도가 지연되며 승용차 소비가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국장은 “두 가지 요인이 민간 소비 증가율을 0.6%포인트 깎아내렸다”며 “이 요인이 없었다면 민간 소비는 0.4% 증가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증시 조정 여파는 소비심리도 짓누르고 있다. 10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1.2포인트 하락하며 한 달 만에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8.8%로 약 49년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반면 민간 소비 증가율은 1.1%에 그쳤다.
한은은 4분기부터 민간 소비가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4분기부터 지급되는 반도체 기업의 배당과 내년부터 지급될 성과급, 정부의 확장 재정 등이 소비를 자극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국장은 “3분기 민간 소비를 제약한 승용차 판매도 10월 들어 상당폭 반등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