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기업에 관한 상식으로는 앤트로픽 지배구조를 이해하기 어렵다. 주식 종류만 다섯 가지이며 외부 주주가 아무리 많은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이사회를 지배할 수 없다. 지배구조 정점에 장기공익신탁(LTBT)이 있는 것도 큰 차별점이다. 회사는 “이익 창출에 대한 주주의 압박으로부터 인류의 장기 이익 구현이란 사명을 지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시장에선 주주의 정당한 경영 참여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기업가치 훼손’이란 비판이 나온다.
"주주 경영참여 제한"…일반 상장사와 다른 앤트로픽 지배구조

◇이사회 지배하는 LTBT

앤트로픽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S-1)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상장 이후에도 공익목적주식회사(PBC) 지위를 유지한다. PBC는 금전적 이익뿐 아니라 회사가 정한 공익 목적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법인이다. 앤트로픽은 공익 목적으로 ‘인류의 장기적 이익을 위한 첨단 인공지능(AI)의 책임 있는 개발과 유지’를 명시했다.

이를 위해 도입한 것이 LTBT다. ‘T주’(클래스T)라는 특별주식을 통해 상장 후에도 앤트로픽 이사 네 명을 선임할 권한을 갖는다.

LTBT는 회사의 경제적 가치와 이해관계가 없는 인사로 구성된다. AI 안전성과 국가 안보, 공공 정책, 사회적 기업 등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참여한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등 세 명이 수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LTBT가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아니다. 앤트로픽은 “LTBT 역할은 주주 이익과 AI 안전성, 인류의 장기적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할 이사를 선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흔들리지 않는 창업자 경영

나머지 이사회 세 자리는 ‘주주 의결’로 결정하지만 실제로는 공동창업자 일곱 명이 선임하는 구조다. 앤트로픽파운더스라는 유한책임회사가 역시 특별주식인 ‘F주’를 통해 전체 의결권의 50.1%를 행사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업공개(IPO) 투자자를 비롯해 기존 투자자에게 지급되는 ‘A주’는 49.9%로 공동창업자 영향력을 넘어설 수 없다. 지분율과 관계없이 주주총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한이다. 창업자들이 주식을 매각하거나 공익 목적으로 기부하더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한 50.1% 의결권은 유지된다.

공동창업자 중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와 여동생 다니엘라 아모데이 사장은 LTBT가 해임할 수 없다. LTBT는 선임권이 있는 네 명 중 마지막 한 명에 대해선 다니엘라 아모데이 사장이 포함된 이사회 지명위원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LTBT와의 관계에서 창업자 그룹이 미묘한 힘의 우위를 갖는 것이다.

◇“일반 주주 발언권 없다” 비판

A주와 F주를 합쳐 주주의 85% 이상이 동의하면 LTBT를 해산할 수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 CEO의 결단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결정이다. A주만 놓고 보면 구글(15%)과 아마존(12%) 등 투자자들이 대주주지만 이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LTBT와 앤트로픽이 주주가치 증진에 불리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투자자가 견제할 수 없는 구조다. 앤트로픽은 증권신고서에서 “LTBT는 주주의 재무적 이익과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 그 결정이 주주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로 꼽히는 제시 프리드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조달한 다음 ‘AI가 인류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데 얼마나 많은 이윤을 희생할지 결정하는’ 임원에게 경영을 맡긴다”며 “잠재적으로 통제 불가능한 긴장감이 기업 DNA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황정수 특파원/김미리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