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포터 3’.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 ‘포터 3’. 현대자동차 제공
디젤 1t 트럭 시대가 막을 내렸다. 내연기관을 줄여 대기오염을 막아야 한다는 큰 방향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다만 ‘법적 단종’이라는 행정 조치에 앞서 먼저 던졌어야 할 질문이 있다. 매일 아침 시동을 걸어 생계를 이어가던 자영업자와 농민은 어디서 대안을 찾느냐는 현실적인 물음이다.

정부가 내놓은 답은 전기 트럭으로의 전환이다. 적지 않은 보조금을 주며 전기 트럭 구입을 권한다. 친환경 가치를 담은 청사진이지만 생업 현장의 체감은 다르다. 하루 수백㎞를 달리며 분초를 다투는 도심 물류 배송 기사는 서너 시간마다 찾아오는 주행거리 부담과 충전 대기에 피로감을 느낀다. 겨울에는 기온이 떨어져 배터리 효율이 급감하고, 이는 노동시간과 소득에 영향을 준다.

농촌은 사정이 더 어렵다. 논밭과 과수원, 흙먼지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온종일 오가는 현장에서 소형 트럭은 이동 수단을 넘어 비료와 수확물을 나르는 영농 기계에 가깝다. 무거운 짐을 싣고 거친 산길을 오르내리려면 단단한 하부 구조와 강한 사륜구동(4WD) 성능이 필요하다. 지금 판매하는 1t 전기 트럭에는 4WD가 없다. 충전 인프라도 넉넉하지 않다.

이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차가 액화석유가스(LPG) 1t 트럭이다. 힘이 약하다는 선입견은 옛말이다. 2.5L 터보 직분사(LPDi) 엔진의 최대 출력은 159마력이다. 미세먼지 배출량은 북미 최신 규제치의 4% 수준으로 낮췄다. 연료 주입은 3분이면 충분해 가동 시간이 긴 현장에 유리하다. 전기 트럭에 없는 4WD 라인업도 유지한다. 디젤 단종 이후 신규 화물차 시장에서 LPG 트럭이 압도적으로 팔린 것도 현장 수요가 선택한 결과다.

자동차를 흔히 첨단 정보기술(IT)이 집약된 종합 기술체라고 한다. 하지만 서민의 생계형 화물차에는 기술의 고도화와 화려함보다 현장에서 100% 활용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내연기관에서 완전한 미래 모빌리티로 넘어가는 일은 필요하지만, 인프라와 기술 성숙도가 아직 부족한 영역도 있다. 시장 충격을 줄이고 서민의 삶을 연착륙시킬 현실적인 징검다리로서 LPG 트럭의 기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최근 농어민의 부담을 덜기 위해 농업용 LPG 면세유 배정량을 기존보다 50% 늘린 569L로 올리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친환경차 지원과 보조금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친환경이라는 가치를 전기 배터리라는 특정 기술에만 부여할 이유는 없다. 매연을 실제로 줄이면서 서민과 소상공인의 생계를 안정적으로 지키는 기술이라면 친환경 정책의 범주에 포함해야 한다.

디젤 단종에 대안으로 뜬 LPG 트럭
디젤의 시대는 지났지만 전기차가 완성될 미래는 아직 멀다. 그 공백을 메우며 물류의 모세혈관과 농촌 현장을 지탱하는 LPG 트럭이 지금 필요한 ‘현실 친환경’이다. 정책의 시선도 기술의 화려함보다 날마다 운전대를 잡고 땀 흘리는 현장으로 향해야 한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