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흥 지평선에너지 대표. / 사진=성상훈 기자
김재흥 지평선에너지 대표. / 사진=성상훈 기자
지난 23일 찾은 전북 군산 지평선에너지 공장. 한쪽에 전북 등지에서 수거한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원래 같으면 소각장에서 태워졌을 생활폐기물들이지만, 높이 5m가 넘는 거대한 원통형 설비에 집어넣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쓰레기들이 휘발유·항공유·석유화학 소재 등으로 쓰이는 원유로 탄생하고 있었다. 땅에서 캐낸 원유 대신 도시에서 버린 쓰레기로 기름을 생산하는 이른바 ‘도시유전’이다.

쓰레기를 기름으로 바꾸는 비결은 ‘열분해’ 기술이다. 폐플라스틱을 산소가 제한된 환경에서 고온으로 가열해 분자 구조를 분해한 뒤 기름으로 회수하는 방식이다. 특수처리된 원통형 시서 내부에서 400~500도의 고온으로 공정이 진행된다. 김재흥 지평선에너지 대표는 “폐기물 투입부터 공정이 마무리되기까지 12~13시간이면 쓰레기가 원유가 된다”며 “사실은 한국도 원유가 나오는 국가인 셈”이라고 말했다.

기름 생산량도 상당하다. 일반적인 혼합 폐기물은 투입량의 약 50%가 기름으로 회수된다. 원료의 품질이 좋으면 수율이 70~80% 수준까지 높아지기도 한다. 폐기물 100t을 투입해 최대 70~80t의 기름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기존 기계적 재활용 방식과 달리 저급 폐플라스틱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김 대표는 “기존 재활용은 재질별로 분류해야 하지만 열분해는 복합재질도 처리할 수 있다”며 “소각장으로 가던 폐기물을 효율적으로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쓰레기 폐기물. 13시간의 공정을 거쳐 원유가 된다. / 사진=성상훈 기자
쓰레기 폐기물. 13시간의 공정을 거쳐 원유가 된다. / 사진=성상훈 기자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냄새다. 공장 내부 어디에서도 폐기물 처리시설 특유의 코를 찌르는 악취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김 대표는 “열분해 사업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악취 민원”이라며 “우리는 악취 발생 원인을 해소하는 설비를 자체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열분해유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염소 성분을 줄이는 기술도 확보했다. 김 대표는 “열분해유는 만드는 것만큼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떤 설비로 어떻게 관리해 출하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생산된 도시의 석유는 HD현대케미칼 등 정유·석유화학 기업으로 향한다. 석유화학 공정을 거쳐 다시 플라스틱을 만드는 원료로 쓰인다. 지평선에너지는 2023년 현대케미칼과 10년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지평선에너지는 현 시점 국내 열분해유 시장의 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내년도 매출 150억원 가량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원료인 쓰레기폐기물을 오히려 돈을 받고 받아오기 때문에 절반 이상을 영업이익으로 남긴다.

아직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성장 가능성이 크다. 원유를 사용하는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들이 재활용 원료 사용을 확대하고 있고, 국내 업체들도 비중을 높이고 있다. 지평선에너지는 생산설비 규모를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회사는 국내 시장 확대 뿐 아니라 해외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 한국의 폐기물 분리배출 체계와 열분해 기술을 함께 수출하는 사업을 진행중이다.

김 대표는 “회사와 국내 열분해 산업을 동반 성장시키기 위해 설비와 품질 관리의 표준화도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가 쓰고 버린 모든 플라스틱을 다시 기름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새로운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완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사업의 최종적 목표”라고 말했다.
열분해유 설비. / 사진=성상훈 기자
열분해유 설비. / 사진=성상훈 기자


군산=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