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ETF는 펀드 운용역이 유망기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노리는 상품입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액티브 ETF의 수익률이 너무 높아서 시장에서 퇴출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를 0.7 이상 유지하도록 운용 자율성을 제한한 규제 때문입니다. 한경닷컴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만든 상관계수 규제가 왜 우량 상품을 퇴출시키는 황당한 결과를 낳았는지,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제도 개선 논의는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등을 3회에 걸쳐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액티브 ETF 상품인 DYNF·BDMH·THRO·BALI 이미지. 시장 상황과 투자 전략에 따라 자산을 운용하는 액티브 ETF들이다. / 사진=블랙록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액티브 ETF 상품인 DYNF·BDMH·THRO·BALI 이미지. 시장 상황과 투자 전략에 따라 자산을 운용하는 액티브 ETF들이다. / 사진=블랙록
올해 '상장지수펀드(ETF) 500조원 시대'를 연 주역 중 하나인 액티브 ETF가 활짝 꽃을 피우기도 전에 시장 바깥으로 쫓겨나고 있다. 액티브 ETF는 지수를 그대로 따르는 패시브 상품과 달리 운용역의 판단으로 기업 실적과 산업 전망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지수 밖 성장 기업도 담는 상품이다.

장기 분산투자와 차별화된 자산배분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덕분에 많은 투자자들의 눈을 사로잡았지만, 비교지수와 수익률 상관계수를 0.7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규제 탓에 좋은 성과를 낸 상품도 잇따라 상장폐지되고 있어서다.

국내 액티브 ETF 3년 새 2.8배 성장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 상장 액티브 ETF는 331개, 순자산총액 107조512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281개, 91조3995억원과 비교하면 상품은 50개 늘었고 순자산은 17.6% 불었다. 주식형뿐 아니라 채권·머니마켓펀드(MMF)·혼합형 등을 포함한 수치다.

주식형 액티브 ETF만 따로 떼어내면 순자산총액 증가율은 훨씬 더 가파르다. 지난해 12월 5조4168억원에서 이달 1일 14조1444억원으로 161.1% 증가했다. 액티브 ETF에 지난 6월 말 'ETF 500조원 시대'를 연 주역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선 해외에서 성과를 증명한 액티브 ETF의 매력에 국내 투자자들이 주목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이 그렇다. 우리 금융 당국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은 규제 혁신을 통해 액티브 ETF 시장을 적극적으로 키웠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19년 'ETF 룰(룰 6c-11)'을 도입해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비공개 액티브 ETF를 허용한 결과, 미국 액티브 ETF 개수는 2019년 말 488개에서 지난해 말 2324개로 약 4.8배(376%) 늘었다.

전체 상장 ETF 중 액티브 비중 역시 16.5%에서 42.2%로 껑충 뛰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액티브 ETF 순자산총액이 2025년 6월 말 1조4000억달러에서 2030년 4조2000억달러로 3배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 ETF, 지수 추종을 넘어 '투자 판단'을 판다

미국에선 액티브 ETF가 단순 투자를 넘어 여러 전략을 조합해 운용하는 자산관리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JP모간자산운용의 'JP모간 에쿼티 프리미엄 인컴 ETF(JEPI)'와 'JP모간 나스닥 에쿼티 프리미엄 인컴 ETF(JEPQ)'이 그런 사례다. 두 상품은 주식 포트폴리오에 옵션 전략을 결합해 분배금 중심의 투자 수요를 겨냥한다.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최대한 추구하는 전통적인 주식형 ETF와 달리 옵션 프리미엄을 수익원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미국 주식 팩터 로테이션 액티브 ETF(DYNF)'도 마찬가지다. 특정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시장 상황에 맞춰 기업 성장성이나 주가 흐름 등으로 종목 선택 기준을 바꾸며 펀드에 담을 종목과 비중을 조정한다. 미국 투자 리서치·데이터 제공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DYNF는 2025년 13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유치해 액티브 ETF 가운데 순유입액 1위에 올랐다.

DYNF가 주목받는 이유는 투자할 주식을 한 번 정해놓고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대상을 바꿀 수 있어서다. 경기가 좋을 때는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에 더 투자하고, 시장 분위기가 나빠지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기업의 비중을 늘리는 식이다.

이 사례는 액티브 ETF의 역할이 단순히 유망한 주식을 골라 담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투자자가 원하는 것이 높은 수익인지, 꾸준한 현금 수입인지, 주가 하락에 따른 위험을 줄이는 것인지에 따라 서로 다른 투자 전략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선택지가 다양해질수록 투자자는 자신의 목적에 맞는 상품을 고르기 쉬워진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익과 위험 수준에 맞춰 투자 방법을 다양하게 짤 수 있다는 게 액티브 ETF의 매력 포인트인 셈이다.

시장에선 미국 액티브 ETF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으로 운용 자율성을 꼽는다. 비교지수와 상관계수를 0.7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한국과 달리 운용역이 자기 판단에 따라 담을 종목을 고르고 비중도 조절할 수 있어서다. 상관계수 규제를 지켜야 하는 탓에 '그 나물에 그 밥'인 국내 액티브 ETF와 달리 미국 시장에는 다양한 전략을 담은 상품이 매일 식탁에 오른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 획일적인 지수 추종 상품을 넘어 안정적인 소득 확보나 위험 관리 등 목적에 맞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전략을 담은 상품이 대거 나오면 투자 수요가 늘어날 뿐 아니라 운용사 간 경쟁도 촉발한다는 점에서 ETF 시장의 질적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美선 펄펄 나는데 한국선 '돈 벌어도 상폐'…액티브 ETF 역설

韓, 상관계수 맞추려다 차별화 실종

액티브 ETF 시장만 놓고 보면 한국은 역주행하고 있다. 지난 21일 상관계수 기준 미달을 공시한 액티브 ETF는 4개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글로벌피지컬AI액티브', 'HANARO 미국S&P500액티브',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 글로벌탑픽액티브',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에셋플러스 차이나일등기업포커스10액티브' 등이다. 지난 20일 기준 상관계수는 순서대로 0.69, 0.64, 0.64, 0.69로 집계됐다. 21일 기준 4개 상품의 순자산총액은 1328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비교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도 상관계수 0.7을 지키지 못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HANARO 글로벌피지컬AI액티브의 지난 21일 기준 설정 이후 수익률은 127.19%로 비교지수(35.33%)를 91.86%포인트 웃돌았다. 하지만 지난 7월31일부터 상관계수 기준에 미달해 오는 30일까지 이를 회복하지 못하면 다음달 3일 거래가 정지되고 4일 상장폐지된다.

자산운용업계에선 상관계수를 지켜야 하는 탓에 운용 전략을 차별화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상관계수를 계속 신경 써야 하니 운용에 제약이 있다"며 "운용역이 창의성을 더 발휘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되면 다양한 형태의 ETF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지컬 인공지능(AI)처럼 기술 변화가 빠르고 변동성이 높은 첨단 섹터형 액티브 ETF에 일률적으로 0.7이라는 기준을 적용하면 펀드매니저가 지수를 수동적으로 추종할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패시브화된 액티브 ETF'가 되면서 상품 본연의 매력이 반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memo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