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 '한국: 2000년 창의의 여정(Korea: 2,000 years of Creativity)' 개막을 기념하는 갈라 디너를 개최했다고 1일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갈라 디너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 '한국: 2000년 창의의 여정(Korea: 2,000 years of Creativity)' 개막을 기념하는 갈라 디너를 개최했다고 1일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갈라 디너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그가 입은 옷과 신발은 언제나 '대박 리스트'에 오른다. 그가 선택한 음료도, 음식도 마찬가지다. 연예인 얘기가 아니다. 독보적인 한국 1등 기업 삼성전자를 이끄는 이재용 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은 언제나 뉴스를 몰고 다닌다. 이 회장은 여느 대기업 총수와 달리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회장 취임 4주년을 맞아 이 회장의 브랜드 파워와 그를 설명해주는 키워드를 분석했다. <편집자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선 지난 27일 취임 4주년을 맞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 스타'로 부른다. 대기업 총수로는 드물게 '호감 캐릭터'로 떠오르면서 이 회장의 선택 하나하나를 대중이 따라가는 트렌드가 포착되고 있다. 국내 최대 기업 총수임에도 소탈하고 겸손한 이미지와 맞물려 대중적 호감도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한경닷컴이 인공지능(AI) 트렌드 분석 플랫폼 '퀘타아이'를 활용해 '이재용'이 언급된 온라인(뉴스·커뮤니티·블로그·카페·X·인스타그램·유튜브·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 등) 콘텐츠를 분석한 결과 긍정적 언급량이 부정적 언급량보다 약 1.8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23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이재용'이 포함된 정보는 모두 16만2397건(스팸 제외). 이 중 '긍정'으로 분류된 정보는 23.7%(3만8498건)을 차지했다. 부정적 정보는 13.5%(2만1870건)에 그쳤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엔 반기업 정서가 많이 퍼져 있었지만 지금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세금을 많이 내는 대기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이 회장이 삼성의 글로벌 위상에 걸맞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세계적인 기업인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호감도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10만전자'에 '치맥회동' 겹쳐 호감도↑

이 회장에 대한 호감도가 확 오른 시점은 지난해 10월23~31일이었다.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처음 장중 10만원을 넘어선데다 이 회장이 젠슨 황 CEO,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함께 '치맥 회동'을 가진 때였다. 이 기간 긍정 비중은 23.8%로 부정 비중(6.5%)을 압도했다. 대기업 오너가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글로벌 기업인과 서민처럼 치맥을 즐기는 모습이 호감도를 끌어올린 셈이다. 당시 '이재용' 관련 평가에는 '소탈하다'(1253건), '친근하다'(1051건) 등이 많았다.

이 회장의 절제된 태도도 호감을 더하는 배경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해 화제가 됐다. 올해 6월 이 대통령이 기업 투자에 감사하면서 허리를 숙일 때도 고개 숙여 답례해 같은 장면이 재연됐다.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행사 당시엔 영어로 인사말을 하면서 고령의 6·25 참전용사들과 눈을 맞추며 대화를 나눠 호감을 샀다. 업계 관계자는 "격식 있는 자리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이 소탈한 이미지와 맞물리며 긍정적으로 비춰진 것 같다"고 했다.

아들의 군 입대도 호감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11월 이 회장이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장남 이지호 소위 임관식에 참석한 모습이 공개된 뒤 '아들', '해군', '임관식' 등이 주요 연관어에 올랐다.

한국 최고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에 대한 기대감도 한몫했다. '이재용' 연관어 중 '반도체'는 3만1041건 언급됐고, '인공지능(AI)'은 2만4811건으로 집계됐다. 생산현장을 찾아 차세대 반도체 기술과 AI 활용 현황을 점검하고 글로벌 빅테크 고위 경영진을 만나 고대역폭메모리(HBM)·파운드리·AI 인프라 등을 논의하면서 투자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 관련 정보엔 '강화하다'(8015건), '성장하다'(4155건), '협력하다'(2994건) 등 긍정적 평가어가 따라붙었다. 삼성전자의 성과가 이 회장의 이미지도 호의적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낸 뒤 보여준 리더십이 경영성과로 연결되면서 부정적 이미지는 줄어들고 긍정적 인식이 늘어난 것"이라며 "오너가 기업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줄 수 있다는 사례를 이 회장이 보여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노조 성과급 이슈 땐 부정적 언급 높아져

반면 지난 5월에는 부정적 언급이 더 많았다. 당시 긍정 비중은 15.5%로 전달보다 12.5%포인트 쪼그라든 반면 부정 비중은 18.5%에서 25.1%로 뛰었다.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을 더 받기 위해 지난 4월 말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이 회장 자택 앞에 집회 신고를 한 때였다.

당시 연관어에는 '노조'(6633건), '성과급'(4358건), '사과'(2855건) 등이 올랐다. 노사 갈등이 총수에게 해법과 책임을 묻는 식으로 이어진 탓이었다. 당시 언급된 부정적 평가어에 '노사 문제', '귀족노조' 등이 여럿 나온만큼 이 모두를 이 회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볼 수는 없지만, 그 중심에 이 회장이 있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6월 들어 노사 교섭이 타결되자 다시 긍정 언급량이 부정 언급량을 넘어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 회장은 일반 뉴스(4만8223건)보다 커뮤니티·X(5만3211건)에서 더 많이 언급됐다. 뉴스 기사로 이 회장의 행보를 수동적으로 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온라인에서 의견을 내거나 재가공하는 소비가 활발했던 셈이다.

아랍에미리트(UAE) 건설현장을 찾아 임직원을 격려하고 AI 데이터센터 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던 최근 행보에도 긍정적 인식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이달 1~23일 '이재용' 정보량 중 긍정 언급은 22.6%, 부정은 12.4%에 그쳤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회장 호감도가 높아진 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투자 심리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이 회장이 이런 높은 호감도를 유지하려면 궁극적으로 좋은 실적을 내고 주주가치를 끌어올려 삼성의 경쟁력의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홍민성/김대영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