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임윤찬이 카네기홀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판타지아를 연주하고 있다.  ⓒChris Lee
21일(현지시간) 임윤찬이 카네기홀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판타지아를 연주하고 있다. ⓒChris Lee
21일(현지시간) 뉴욕 카네기홀은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모차르트를 들으려는 관객들로 가득 찼다. 일찌감치 매진된 공연이었다. 임윤찬은 관객에게 인사한 뒤 곧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이번 공연은 임윤찬이 내년 5월까지 카네기홀에서 네 차례에 걸쳐 선보이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판타지아 전곡 연주의 첫 무대였다.

첫 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C장조 K.279. 임윤찬의 모차르트는 예상과 달랐다. 맑고 경쾌하기보다 아득하고 처연한 음색이 두드러졌다. 3악장에서도 특유의 익살을 직접 드러내기보다 무심하게 흘려보내며 뜻밖의 재미를 만들었다.

D장조 소나타 K.284에서는 양손의 음량과 음색을 자유롭게 조절해 입체적인 음향을 구현했다. 느린 악장에서는 음과 음 사이의 간격을 늘이고 줄이며 음악적 시간의 폭과 깊이를 바꿨다. ‘주제와 12개의 변주’에서는 각 변주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전체를 일관된 질서 안에 놓았다. 이처럼 개성이 강한 해석을 과연 모차르트답다고 할 수 있을까. 최근 유럽에서 열린 임윤찬의 모차르트 연주를 두고 해외 비평가들의 평가도 엇갈렸다. 이탈리아 음악 전문지 ‘라페 무지칼레’는 그의 표현이 음악 자체의 정체성을 압도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독일 ‘타게스슈피겔’은 그의 깊은 감수성을 높이 평가했다.

전통적인 연주 관습에 비춰보면 이견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모차르트답게 연주했는가’에서 ‘악보를 어떻게 해석했는가’로 질문을 바꾸면 다른 면이 보인다. 임윤찬은 음표마다 역할을 부여하고 성부의 균형과 다이내믹을 세밀하게 조절했다. 낭비되는 음 없이 자신만의 질서로 악보를 풀어내려는 의지가 선명했다.

인터미션 뒤 연주한 D단조 판타지아 K.397에서는 절제된 음향과 격렬한 악구의 대비가 돋보였다. F장조 소나타 K.332에서는 같은 악구도 반복될 때마다 표현을 달리했다. 처음에는 강세를 건조하게 드러냈다가, 다시 등장할 때는 한 호흡으로 묶어 음악적 방향을 만들었다.

마지막 A단조 소나타 K.310은 이날 연주의 정점이었다. 어머니의 죽음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22세 모차르트의 불안과 좌절이 담긴 작품이다. 임윤찬은 거칠고 격정적인 첫 악장에서 페달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풍성한 울림을 만들었다. 비극성을 과장하기보다 음색과 다이내믹의 대비로 긴장을 조율했다.

화려한 기교로 관객의 탄성을 끌어내는 리사이틀과는 거리가 있었다. 오히려 익숙한 연주 관습과 악보에 충실하다는 것이 반드시 같은 뜻은 아니라는 질문을 던졌다.

네 차례의 커튼콜 뒤 임윤찬은 첫 곡 K.279의 알레그로를 앙코르로 다시 연주했다. 그의 모차르트는 때로 낯설고, 강한 개성이 작품의 자연스러움을 가리는 듯한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음의 무게와 색채를 바꾸고 여백을 조절하는 음악적 선택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익숙한 모차르트와는 분명 달랐다. 임윤찬은 그 낯섦 속에서 자신만의 시선을 드러냈다.

뉴욕=김동민 뉴욕클래시컬 플레이어스·음악감독·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