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민의 HR이노베이션] AI가 드러내는 불편한 진실
디지털 전환의 급류 속에서 기업들은 “AI 전략을 구축하겠다”며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외치고 있지만, AI 도입의 성과는 여전히 개인 생산성 향상에 머물러 있다. AI가 사무실 곳곳에 침투했는데도 생산성 지표가 크게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AI를 ‘인력을 줄이고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기계적 도구’로만 여겨왔기 때문이다. 개인의 속도전에서 벗어나 기업 전체의 구조적 혁신을 이루려면 리더는 다음 세 축으로 나아가야 한다.

(1) 일하는 방식의 밑바닥부터 재설계

사람이 하던 일을 AI가 대신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인간과 AI의 협업을 극대화하도록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조직은 늘 보고서와 이메일, 당장 처리해야 할 현안에 에너지를 빼앗긴다. 그 결과 미래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고 조직의 체질을 바꾸는 ‘중요하지만 시급하지 않은 일’은 뒤로 밀린다. AI가 만들어낸 전략적 여유를 이런 일에 재투자하는 것이 AI 활용의 궁극적 목적이 돼야 한다.

(2) 기술 뒤 ‘진짜 문제’를 향하라

“우리에게 어떤 AI 전략이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 조직과 고객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무엇인가”를 물어야 한다.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가 통찰했듯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드러내는 방식 그 자체다. AI를 효율성의 잣대로만 바라보면 인간을 자원으로 환원시키는 틀(Gestell)이 돼 조직의 활력을 갉아먹는다. 반대로 AI를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데 활용하면 조직의 본질적 가치를 드러내는 ‘탈은폐(Unconcealment)’의 도구가 된다. 숨겨진 것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진리라는 그의 명제를 AI 시대에 되살려야 하는 이유다.

(3) 저항의 실체를 직시하라

 챗GPT
챗GPT
AI 도입이 실패하는 것은 기술적 결함보다 조직 내부의 보이지 않는 저항 때문이다. 이를 관리하려면 네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사람’이 아니라 ‘프로세스’를 심판대에 올려야 한다. “당신이 일을 못한다”가 아니라 “낡은 프로세스가 에너지를 갉아먹고 있다”고 접근해야 한다. 효율화 대상을 사람이 아니라 ‘불필요한 일’로 설정해야 구성원도 비효율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둘째, 심리적 안정감을 줘야 한다. 자동화로 확보한 시간과 역량을 개인의 성장이나 더 가치 있는 일에 투입하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 일이 줄어도 회사는 더 의미 있는 일을 찾도록 돕겠다는 메시지가 선행돼야 한다.

셋째, 자발적 참여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경영진이 전사적으로 워크플로 공개를 지시하면 방어벽만 높아진다. 변화에 우호적인 팀부터 불필요한 루틴 업무를 시각화해 AI로 걷어내는 성공 경험을 쌓고, 그런 사례가 자연스럽게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넷째, 비효율을 드러내는 행동에 보상과 인정을 제공해야 한다. 불필요한 관행을 공개하고 AI로 개선한 팀과 개인에게 인정과 보상을 해줘야 한다. 감추는 자가 손해를 보고 투명하게 드러내 혁신하는 사람이 보상받는 문화가 정착돼야 조직 방어벽이 무너진다.

AI 시대 리더의 역할은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조직이 스스로의 비효율을 정직하게 바라보도록 하는 데 있다.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조직이 외면해온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기술이다. 그 진실을 직시하는 조직만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