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ETF는 펀드 운용역이 유망기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노리는 상품입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액티브 ETF의 수익률이 너무 높아서 시장에서 퇴출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를 0.7 이상 유지하도록 운용 자율성을 제한한 규제 때문입니다. 한경닷컴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만든 상관계수 규제가 왜 우량 상품을 퇴출시키는 황당한 결과를 낳았는지,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제도 개선 논의는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등을 3회에 걸쳐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올 들어 액티브 ETF가 너무 높은 초과 수익률 때문에 비교 지수와 상관 계수가 멀어져 상장폐지되는 첫 사례가 나왔다. /사진=생성형 AI 챗GPT
올 들어 액티브 ETF가 너무 높은 초과 수익률 때문에 비교 지수와 상관 계수가 멀어져 상장폐지되는 첫 사례가 나왔다. /사진=생성형 AI 챗GPT
"안정적인 성장에 배당까지 복리로 쌓여서 자녀들 계좌에 차곡차곡 쌓아주기 좋은 상품이었는데 갑자기 상장폐지라니 당황스럽네요. '한국판 슈드(SCHD)'로 유명했는데…." (대형 포털사이트 주식 커뮤니티에 한 투자자가 올린 글)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 미국의 대표 배당성장 ETF인 '슈드(SCHD·슈와브 US 디비던드 에쿼티)의 한국판'으로 불리던 'TIME 미국배당다우존스액티브'가 상장 폐지된 건 지난 8월이었다. 수익률이 낮아서가 아니었다.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유망 기업들을 포트폴리오에 담는 과정에서 비교 지수(BM)와의 괴리율이 커진 게 이유였다.

성과는 좋았다. 상폐 전인 지난 5월 기준 'TIME 미국배당다우존스액티브'의 최근 1년 수익률은 36.7%로 비교 지수인 '다우존스 US 디비던드 100 인덱스 원화환산지수'보다 9.4%포인트 높았다. 운용을 잘한 덕분에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수익을 안겨줬지만, 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를 0.7 이상 유지해야 하는 규제 탓에 이 상품은 올해 상관계수 미달로 퇴출된 액티브ETF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상관계수 규제에 액티브 ETF '줄줄이 퇴출'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에서 출시한 액티브 ETF는 펀드 비교 지수와의 상관계수를 0.7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고, 이 기준을 3개월 이상 못 맞추면 상폐 대상이 된다. 액티브 ETF의 상품 특성을 반영해 운용역의 재량을 인정하지만, ETF 상품인 만큼 비교 지수와의 연관성은 유지해야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 들어 액티브 ETF가 너무 높은 수익을 올린 탓에 상장폐지된 사례는 여럿 더 있다. 'ACE 애플밸류체인 액티브 ETF'는 상폐 직전 1년 수익률이 152%에 달해 비교 지수를 50%포인트 이상 앞섰다. 운용역이 초과 수익을 위해 담은 종목이 단기간 급등해 벌어진 일이었다. 지난 4월부터 상관계수가 0.7을 밑돌더니 결국 3개월 안에 간극을 좁히지 못해 지난 7월 상폐됐다.
올 들어 액티브 ETF가 너무 높은 초과 수익률 때문에 비교 지수와 상관 계수가 멀어져 상장폐지되는 첫 사례가 나왔다. /사진=생성형 AI 챗GPT
올 들어 액티브 ETF가 너무 높은 초과 수익률 때문에 비교 지수와 상관 계수가 멀어져 상장폐지되는 첫 사례가 나왔다. /사진=생성형 AI 챗GPT
같은 이유로 'ACE TDF2030액티브 적격', 'ACE TDF2050액티브 적격', 'ACE TDF장기자산배분액티브' 등도 지난 7월 줄줄이 증시에서 퇴출됐다. 타깃데이트펀드(TDF)는 특정 시점을 목표로 글로벌 주식과 채권에 골고루 투자하는 장기자산배분 상품인데, 한국 대표 지수 비율을 높였다가 이 기간 증시가 급등하는 바람에 상폐 수순을 밟았다.

추가 퇴출 우려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6일 기준 상관계수 미달을 공시한 액티브 ETF는 4개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글로벌피지컬AI액티브', 'HANARO 미국S&P500액티브',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 글로벌탑픽액티브',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에셋플러스 차이나일등기업포커스10액티브' 등이다. 이날 기준 상관계수는 각각 0.69, 0.64, 0.64, 0.69다.

상관계수는 ETF와 비교지수의 수익률이 얼마나 일정한 비례 관계로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익률보다는 방향성이 핵심이다. 예컨대 비교 지수가 1% 오른 날 ETF가 2% 상승하고, 지수가 1% 하락한 날 ETF가 2% 내릴 경우 수익률에선 차이가 나도 상관계수는 1이다.

국내 액티브 ETF는 투자 종목과 비중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지만, 상관계수는 0.7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조건이 걸려 있다. 상장 후 1년이 지나면 최근 1년 수익률을 기준으로 상관계수를 점검해 0.7 미만인 상태가 3개월 이상 이어지면 상폐 요건에 해당한다.

그러다보니 운용역 입장에선 비교 지수에 없는 유망 기업을 담거나 시장 상황에 맞춰 투자 비중을 탄력적으로 변경하는 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당초 상관계수 규정은 운용사가 공시한 투자 목표와 실제 운용 간 괴리를 제한해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문제는 현행 상장 규정이 투자 성과와 관계없이 비교지수와의 동조성을 상장 유지 요건으로 적용한다는 점에서 나온다.

지난해 4월 상장한 'HANARO 글로벌피지컬AI액티브'도 설정 이후 136.44%의 수익률을 올려 비교지수를 94.06%포인트 앞섰지만, 지난 7월31일부터 상관계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상장폐지 위험에 직면했다. 오는 30일까지 이를 회복하지 못하면 다음달 3일 거래가 정지되고 같은 달 4일 상폐된다.

업계 반발…'완전 액티브 ETF 도입' 자본시장법 개정 '요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초과 수익을 창출한 상품까지 동일한 잣대로 내쫓는 건 지나치다"는 호소가 업계와 투자자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꾸린 패시브 ETF에 자금이 쏠리는 상황에서 액티브 ETF마저 발목이 잡힌 결과는 유망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 위축과 가격 발견 기능 저하를 낳았다.

반면 해외에선 액티브 ETF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8년 액티브 ETF를 처음 도입한 미국은 비교 지수와의 상관계수를 상장 유지 요건으로 적용하지 않는다. 대신 공시를 통해 운용 전략과 보유 종목 등 각종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식으로 소비자를 보호한다.

국내 정치권과 금융당국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다. 지난 8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액티브 ETF 상품이) 손실이 나서 그런 게 아니라 운용을 잘해서 쫓겨난 꼴"이라며 "상식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한 게 대표적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에 대해 "당장 보면 더 이득이 났는데 왜 상폐하냐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소비자와 투자자와의 약관이기 때문에 사실 반대 방향(손해)으로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관계수 완화를) 검토하고, (국회에서) 관심을 가져준다면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수 연동 의무를 적용하지 않는 완전 액티브 ETF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아직 발의되지 않았다. 현재 국내 ETF 상품은 자본시장법상 지수연동 요건이 아예 없는 '완전 액티브 ETF' 운용이 불가능하다.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제도 개선 방향을 놓고는 비교 지수 설정 의무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과 비교 지수를 투자 성과 평가 기준으로 유지하되 상관계수 규제만 없애는 방안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