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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까지 20분이면 간다"…집값 들썩이는 '철도 도시' 반전 [철길옆집]
'철도 도시' 의왕의 변신
그린벨트 풀고 4.3만 가구 공급
GTX·인동선·월판선 잇단 호재…핵심지 접근성 개선 기대
동탄·수원 급등에 풍선효과…신축 중심 신고가 속출
그린벨트 풀고 4.3만 가구 공급
GTX·인동선·월판선 잇단 호재…핵심지 접근성 개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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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부동산 지형도를 재편하는 핵심 축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이 가시화하면서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바뀌고 있다. 한경닷컴은 노선별 개통 효과와 역세권·비역세권 간 가격 격차, 거래 흐름 변화를 데이터와 현장 취재로 짚는다. 철로를 따라 달라지는 집의 가치와 시장 재편의 실체를 검증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지하철 1호선 의왕역 승강장에 서면 둔탁한 쇠 마찰음과 함께 바쁘게 경부선 선로를 내달리는 화물열차가 눈에 들어옵니다. 선로 건너편으로는 수십 개의 컨테이너가 겹겹이 쌓인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인프라가 병풍처럼 둘러서 있습니다. '부곡'이라는 옛 지명으로 우리에게 더 익숙한 경기 의왕시는 철도 관련 시설이 밀집돼 있어 오랜 기간 철도의 도시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주택시장에서 의왕시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관심에서 비켜 서 있었습니다. 철도 관련 시설이 집중된 데 따른 소음과 진동, 도심 한복판을 가르는 철로로 인한 지역 분절은 주거지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입니다. 여기에 서울 핵심 지역으로 빠르게 연결되는 직통 교통망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전체 시 면적의 89%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묶여 있어 도시 재정비와 신규 아파트 공급조차 쉽지 않은 구조였습니다.
그러던 '철도 도시' 의왕이 최근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대규모 주거단지 조성과 함께, 수도권 지도를 바꿀 대형 광역 철도망 호재가 의왕역을 중심으로 잇달아 나오면서입니다. 외면받던 철도 변 구도심에서 경기 남부를 대표하는 차세대 핵심 주거 거점으로 반전 드라마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의왕시의 변화를 이끈 첫 번째 열쇠는 그린벨트 해제였습니다. 백운호수 일대 약 95만8677㎡(약 29만 평) 규모의 그린벨트를 풀어 조성한 '백운 밸리'가 대표적입니다. 이곳에 4000여 세대 규모의 친환경 주거단지와 대형 쇼핑몰인 롯데 프리미엄아울렛이 들어서면서 의왕의 주거 이미지가 일차적으로 개선됐고, 삼동 일대의 장안지구 도시개발사업 역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며 신흥 주거지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주거지 확장은 이제 도시 전역의 공공주택지구 개발로 번지고 있습니다. 현재 의왕시 내에서 추진 중인 공공주택지구 사업은 고천·초평·월암·청계2지구를 비롯해 의왕군포안산 3기 신도시, 오전·왕곡지구 등 무려 6곳에 달합니다.
이들 6개 지구에서 계획대로 주택 공급이 완료되면 일대에 들어서는 신규 주택만 총 4만3000세대에 이릅니다. 시에서는 현재 약 16만 명 수준인 의왕시 인구가 10여 년 뒤에는 25만 명 규모의 당당한 자족형 중견 도시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낙후된 구도심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대규모 신규 택지와 준신축 단지가 어우러진 현대적 주택가로 입지를 재정립하고 있는 것입니다.
GTX-C 노선이 개통되면 의왕역에서 서울 강남의 핵심 거점인 양재역까지 10분대, 삼성역까지는 20분 안팎이면 도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동안 지하철 1호선 열차에만 의존하며 서울 핵심지 접근성에 한계를 보였던 지역 교통에 말 그대로 '혁명적인 변화'가 찾아오는 것입니다. 강남권 출퇴근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면서 의왕역 일대는 사실상 '강남 30분 생활권'에 편입되게 됩니다.
여기에 경기 남부의 동서남북을 가로지르는 철도망 사업도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습니다. 인덕원에서 출발해 의왕을 거쳐 수원과 화성 동탄까지 39km 구간을 잇는 '인덕원~동탄 복선전철(인동선)'은 의왕시 내부를 세로로 관통하는 핵심 교통 축을 담당하게 됩니다. 시흥 월곶에서 판교를 연결하는 '월곶~판교 복선전철(월판선)' 사업 역시 추진 중으로, 향후 경강선과 연계되어 수도권 동·서부를 가로지르는 핵심 동서 축 철도망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산자락과 철로 때문에 북부·중부·남부로 나뉘어 있던 지역 내부의 분절 문제 역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의왕시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위례~과천선 계획을 의왕역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광역 교통망 확충과 함께 도시 내부의 통합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을 펼치고 있습니다. 과거 도시 발전을 막았던 철길이, 이제는 수도권 남부 최고의 교통 요충지로 이끄는 효자가 된 것입니다.
서울 및 경기 남부 주요 지역의 집값 상승 불씨가 인접 지역으로 번져나가면서, 의왕시 부동산 시장 역시 직접적인 '풍선효과'와 '키 맞추기'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성남 분당을 비롯해 화성 동탄, 수원 영통 등 경기 남부 상급지는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진입 장벽이 높아졌습니다. 이에 상대적으로 가격 메리트가 있고 교통 호재가 확실한 군포와 의왕으로 매수세가 분산되고 있습니다.
의왕시에는 처음으로 집을 마련하려는 무주택자들의 발길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의왕시에서 생애 최초로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 등)을 매수한 사람은 총 471명으로, 전년 동기(317명) 대비 48% 증가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역세권 신축 아파트와 준신축 단지, 재개발 입주권을 중심으로 실거래가가 크게 뛰며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왕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초평동의 '엘리프의왕역'(2023년 입주·981세대) 전용면적 55㎡는 최근 7억500만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 단지의 당초 분양가가 3억9000만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입주 3년 만에 시세가 3억원 이상 뛰어오른 것입니다. 삼동의 '의왕푸르지오포레움 2블럭' 전용 84㎡ 역시 7억600만원에 매매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습니다.
분양 시장에서의 열기도 뜨겁습니다. 지난 7월 삼동에서 분양한 의왕역 초역세권 단지 '의왕역 SK뷰'는 분양 당시 전용 59㎡가 최고 8억9500만원, 전용 84㎡가 최고 10억9800만원에 달해 고분양가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GTX 착공 호재와 신축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결국 완판을 기록했습니다.
의왕시 삼동의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착공이 미뤄지던 GTX-C 노선이 실제로 공사를 시작하면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집값 추가 상승에 대한 확신이 널리 퍼졌다"며 "수원이나 군포, 안양 등 인근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에 새 아파트를 선점하려는 손님들의 문의와 방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