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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국가직'…소방관 월급 92%는 여전히 지방이 낸다 [국가직 소방의 재정 역설 ①]
전국 소방예산 89% 지자체 부담
국가직 전환 6년에도 국비 비중 10%대
경기도 소방 인건비만 1조1570억원
국가직 전환 6년에도 국비 비중 10%대
경기도 소방 인건비만 1조1570억원
2020년 4월 소방공무원의 신분이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바뀌었다. 지역마다 다른 소방서비스의 격차를 줄이고 소방관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로부터 6년, 신분은 국가직이 됐지만 급여의 90% 이상은 여전히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고 있다. 국가직 전환 이후 국비 비중은 오히려 낮아졌고, 늘어난 인건비에 밀려 소방차와 장비에 쓸 예산의 비중도 줄었다. 최근 '소방 재정 빨대' 발언 논란으로 표현의 적절성에 관심이 쏠렸지만, 그 이면에는 국가와 지방 가운데 누가 소방재정을 책임져야 하느냐는 오래된 질문이 놓여 있다. 본지는 2회에 걸쳐 국가직 소방의 재정구조를 짚어보고, 안정적인 소방재원 확보 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20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올해 전국 17개 시·도 소방본부 예산은 8조5967억원이다. 이 가운데 지방비가 7조6728억원으로 89.3%를 차지했고, 국비는 9239억원으로 10.7%에 그쳤다.
인건비만 따지면 지방의 부담은 더 크다. 올해 전국 소방공무원 인건비 6조5129억원 가운데 국비인 소방안전교부세 지원액은 5496억원으로 8.4%에 불과하다. 나머지 5조9633억원(91.6%)은 지방정부가 낸다. 국가직 소방공무원의 급여를 사실상 지방정부가 지급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구조는 2020년 4월 국가직 전환 과정에서 굳어졌다. 당시 정부는 지역별 소방서비스 격차를 줄이고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지방직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바뀐 것은 신분뿐이었다. 조직과 인사, 예산 운영체계는 지방 중심 구조를 그대로 유지했고, 소방업무도 지방자치법상 지방자치단체 사무로 남았다. 관련 예산 역시 지방재정법에 따라 지방정부가 부담하도록 했다.
문제는 소방업무의 성격과 실제 재정 부담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3월 한국정책학회 분석에 따르면 전체 소방사무 가운데 국가사무 성격은 43%, 국가·지방 공동사무는 23%, 지방사무는 34%로 분류됐다. 국가가 책임을 나눠야 할 사무가 66%에 이르지만 실제 국비 비중은 10.7%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경기도의 분석이다.
국가직 전환 이후 국비 비중은 오히려 낮아졌다. 전국 시·도 소방예산에서 국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환 이전인 2019년 7.0%에서 2020년 11.5%, 2021년 14.9%로 높아졌다.
그러나 이후 2022년 12.3%, 2023년 12.4%, 2024년 10.1%로 내려앉았고, 지난해 11.5%로 소폭 반등했다가 올해 다시 10.7%로 떨어졌다. 2021년보다 4.2%포인트 낮은 수치다.
지원액도 줄었다. 국비는 2021년 9947억원에서 올해 9239억원으로 708억원(7.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 소방예산은 6조6893억원에서 8조5967억원으로 1조9074억원(28.5%) 늘었다. 늘어난 소방재정 수요를 지방정부가 대부분 떠안은 셈이다.
경기도 소방 인건비는 2017년 5709억원에서 올해 1조1570억원으로 102.7% 늘어, 같은 기간 전체 소방예산 증가율(75.4%)을 크게 웃돌았다.
국가가 주도한 충원 정책도 지방의 부담을 키웠다. 정부는 2017~2022년 전국적으로 약 2만명의 소방공무원을 충원했고, 경기도에서도 이 기간 2706명이 늘었다.
그러나 늘어난 인력의 인건비는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대부분 지방의 몫으로 남았다. 경기도 소방 인건비에 대한 국비 지원액은 2021년 902억원에서 올해 800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도비 부담액은 7139억원에서 1조770억원으로 3631억원 늘었다.
소방재정의 지방 의존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가 더불어민주당과의 예산정책협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전국 소방재원 8조952억원 가운데 시·도 일반회계 전입금은 5조4954억원으로 67.9%를 차지했다.
중앙정부 재원은 소방안전교부세 7770억원(9.6%)과 국고보조금 450억원(0.6%)을 합쳐 10.2%에 그쳤다. 2021년과 비교하면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와 소방안전교부세 등 목적재원은 2.6% 줄어든 반면, 일반회계 전입금은 39.4% 늘었다.
이는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에 따라 소방서비스 투자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소방공무원 인건비는 매년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경직성 경비여서 세입이 줄어도 쉽게 줄이기 어렵다. 지방세 수입이 감소하거나 복지·교통 등 다른 분야의 재정 수요가 커지면, 결국 장비와 시설에 쓰는 사업비가 압박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창훈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소방공무원의 신분은 국가직으로 통일됐지만, 재정 책임은 여전히 지방에 쏠려 있다"며 "국가직 전환의 취지가 지역 간 소방서비스 격차 해소였다면 재정 분담체계도 그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직 전환 6년을 맞은 소방조직의 핵심 과제로 국가와 지방 간 재정 책임 재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수원=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