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하락 출발한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장 초반 코스피 지수 등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 사진=뉴스1
국내 증시가 하락 출발한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장 초반 코스피 지수 등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 사진=뉴스1
올해 글로벌 증시 상승률 선두를 달리던 한국 증시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하고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다. 국내 상장종목 10개 중 7개가 하락하는 등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매도 압력이 시장 전반으로 번지면서 증시의 기초체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19일 인공지능(AI) 기반 투자정보 플랫폼 에픽AI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코스피는 17.11% 하락했다. 이는 주요국 주가지수 중 가장 낮은 수익률이다. 인도네시아 IDX 종합지수(-14.59%)가 그다음으로 낙폭이 컸으며 중국 심천종합지수(-7.40%), 코스닥 지수(-7.14%)가 뒤를 이었다.

반면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는 10.24% 올라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러시아 RTS(7.17%), 스위스 SMI(4.06%), 인도 센섹스(3.10%) 등도 상승했다.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 지수가 수익률 상위권에 오른 반면 반도체 업종의 영향력이 다소 큰 한국과 대만 가권지수(-1.73%), 일본 닛케이255 지수(-2.14%)는 약세를 나타냈다.

코스피는 미국·이란 전쟁 발발 직후였던 지난 3월과 글로벌 반도체 조정으로 인해 급락장이 펼쳐졌던 7월을 제외한 올해 대부분 기간 월별 수익률 기준으로 주요국 중시 가운데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지난 4월에는 무려 30.61%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22.19%와 21.44% 급락한 7월 이후 탄력이 약화하면서 코스피는 8월에는 3.40%, 9월에는 0.26% 오르는 데 그쳤고, 이달 들어서는 17% 넘게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코스피는 '올해 누적 상승률 1위' 타이틀도 빼앗겼다. 대만 가권지수가 지난 16일 기준 62.66% 올라 선두로 올라섰으며, 34.50%로 수익률이 쪼그라든 코스피는 폴란드 WIG지수(36.66%)에조차 역전당한 상태다.

이번 국내 증시 부진은 7월과 비슷하게 AI 산업의 성장 기대가 흔들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AI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의 회사채 가격 급락으로 신용위험 우려가 커지고, AI 개발사 앤트로픽의 3분기 매출 성장세가 전 분기 대비 둔화하면서 막대한 AI 투자금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했다.

외국인 매도세도 국내 증시의 낙폭을 키웠다. 외국인은 지난 2일부터 8거래일 연속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를 이어가며 총 18조1308억원을 팔아치웠다. 지난 16일 순매수로 돌아선 데 이어 이날도 장 초반 '사자' 흐름을 이어갔지만, 이후 다시 '팔자'로 돌아섰다.

하락세는 반도체 대형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상장종목 총 2760개 가운데 1899개(68.80%)의 주가가 내렸다. 종목 10개 중 7개 가까이가 하락한 셈이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652개, 코스닥 1247개 종목이 하락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이 기간 큰 폭 '급락'한 종목들의 규모다.

하락률이 5% 이상인 종목은 총 1120개(40.58%)였으며 이 가운데 10% 이상 내린 종목은 588개(21.30%), 20% 이상 급락한 종목은 127개(4.60%)로 집계됐다. 삼성전자(-19.74%)와 SK하이닉스(-28.38%)의 하락폭 또한 컸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자금이 한국 시장을 떠나는 이유는 주가가 떨어져서가 아니라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시장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장종목 10개 중 7개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지수 방어에만 초점을 맞춘 대책은 시장의 체력을 키우지 못한다"며 "기업 실적과 자본 배분의 투명성을 높이고 외국인 투자자가 장기적으로 머물 수 있는 제도적 기반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주 기자 memo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