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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10원의 무게와 진정한 리더의 길
윤영미 한국수입협회장
그렇게 시작된 창업가의 삶은 늘 불확실성과의 치열한 싸움이었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고 거래 환경이 하루아침에 흔들리는 일을 수없이 겪었다. 그 혹독한 과정 속에서 한 가지 철칙이 몸에 배었다. ‘쓰지 않아도 될 10원은 철저히 아끼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면 수억원이라도 과감하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경영은 물론 한국수입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지금도 이 원칙은 변함이 없다. 특히 공금을 다룰 때는 한층 더 엄격해진다. 내 돈을 아끼는 것은 개인의 절약이지만, 회원사들이 맡긴 소중한 회비를 아껴 쓰는 것은 리더의 당연한 책임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해외 공식 행사에 참석할 때도 별도 전용 차량 대신 우버(Uber)를 이용하곤 한다. 격식과 관행에 익숙한 동행 직원이 당황해하기도 했지만, 내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직책이 높다고 해서 회원들의 소중한 회비를 개인의 편의를 위해 쉽게 쓸 수는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아낌이 미덕이라는 뜻은 아니다. 임직원의 복지와 성장, 그리고 기업의 미래 비전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아끼는 것은 잘못된 경영이다. 내가 아끼고자 하는 10원은 어디까지나 ‘쓰지 않아도 될 10원’이다.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고용을 창출할 공장을 짓고, 회사의 미래를 이끌 인재에게 투자하는 일이라면 수억원이라도 결코 주저해서는 안 된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파도를 넘으며 배운 또 하나의 진리는 ‘기업은 가장 잘나갈 때 힘든 시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평소에 작은 낭비를 막아 탄탄한 여력을 쌓아둬야 예고 없이 위기가 닥쳤을 때 회사와 임직원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다.
한국 경제가 가장 어두웠던 IMF 시기에 창업했고, 2008년에는 뜻밖의 화재로 회사의 전 재산을 잃는 시련도 겪었다. 당시에는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었지만, 그 시간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오늘날 나를 있게 한 가장 큰 자산이 됐다. 고생 그 자체가 자랑은 아니다. 하지만 시련에 부딪히고 실패하며 다시 일어서는 뼈아픈 과정 속에서 사람도 기업도 한 단계 더 성장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젊은 창업가들이 저마다의 불확실성과 싸우고 있을 것이다.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만의 원칙을 세워 끝까지 지켜나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아껴야 할 10원을 아끼는 절제, 써야 할 1억원을 과감히 던지는 용기, 그리고 시련을 성장 동력으로 바꾸는 힘, 그것이 내가 믿는 기업가 정신이자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