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익의 스페이스 이코노미] 위성사진 한 장의 가치
데이터는 그 자체보다 쓰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주식시장의 가격과 거래량은 누구나 볼 수 있는 숫자지만 그 안에서 변화를 읽어 투자 판단으로 연결하는 정보에는 돈이 붙는다. 기온, 강수량도 분석을 통해 농작물 수확량과 전력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면 중요한 의사결정 정보가 된다.

위성영상도 마찬가지다. 최근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강원 고랭지 배추밭의 변화를 분석해본 적이 있다. 몇 년간의 영상을 비교해보니 위성으로 관측한 재배면적과 생육 변화가 실제 생산량과 뚜렷한 연관성을 보였다. 이를 활용하면 생산과 수급의 변화도 더 일찍 가늠할 수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배추밭을 우주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위성 데이터의 실제 최종 고객은 오히려 위성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농산물 유통업체와 정책 담당자에게 해상도나 센서 성능보다 중요한 것은 배추 수급의 이상을 미리 아는 일이다.

지금까지 위성산업은 더 좋은 위성을 만들고 더 높은 해상도의 영상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앞으로도 위성의 성능은 중요하다. 하지만 발사 비용이 낮아지고 소형위성이 늘면서 지구를 관측하는 데이터의 양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데이터를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차별화하기는 어려워진다. 이제 경쟁력은 데이터를 실제 의사결정에 쓸 수 있는 정보로 바꾸는 데서 나온다. 같은 위성영상도 물류기업에는 공급망의 변화를 읽는 정보가 된다. 결국 고객이 원하는 것은 ‘사진’이 아니라 ‘답’에 가깝다.

AI는 방대한 위성영상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 분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이고 있다. 위성기업 입장에서는 여기서 고민이 하나 생긴다. 더 많은 영상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사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농업에는 농업의 질문이 있고, 물류에는 물류의 질문이 있다. 결국 위성 데이터 사업은 우주를 잘 아는 것만큼 고객의 산업을 잘 알아야 하는 사업이 되고 있다.

이는 우주기업이 바라봐야 할 시장도 바꾼다. 농업과 물류, 에너지, 금융, 보험처럼 불확실성 속에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산업이 모두 잠재 고객이다. 우주산업의 가장 큰 시장은 우주 안이 아니라 지상에 있다.

한국 우주산업에도 같은 과제가 남아 있다. 그동안 독자적인 위성을 개발하고 발사하는 역량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 이제는 위성을 더 제작하는 것과 함께 위성 데이터를 사용하는 시장도 키워야 한다. 위성을 개발하는 정책만큼 위성 데이터를 활용할 수요를 창출하는 정책도 중요하다. 농업과 물류, 에너지 등 지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정보에 비용을 지불할 고객이 늘어날 때 우주 기술은 비로소 산업으로 확장된다.

배추밭을 찍은 위성영상 한 장은 그저 이미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생산과 수급의 변화를 읽어 더 빠른 판단을 돕는다면 가치가 달라진다. 위성영상의 가치는 해상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사진을 보고 누가 돈을 내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