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국판 록히드마틴이 필요하다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 가능성이 도마에 올랐다. 한화는 KAI 지분을 15%가량 보유한 2대주주다. 최대주주가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26%)이어서 KAI는 공기업으로 분류된다.

한화는 KAI 민영화가 공론화되면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인수 또는 통합 등 추진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독과점 우려, 방산의 기능별 분화 필요성 등을 들어 한화의 KAI 인수를 반대한다.

방산 독점 우려 타당한가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국감에서 한화가 KAI를 인수하면 국내 방위산업시장의 40~50%를 차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50%)가 될 수 있는 수치다. 이 수치만으로 곧바로 독점인지는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다. 공정거래법에서 독과점을 판단하는 시장은 산업보다 개별 상품을 기준으로 한다. 식품산업이라면 밀가루, 설탕 등 상품 시장을 본다는 얘기다. 한화가 생산하는 자주포와 KAI의 전투기는 다른 품목이다. 게다가 국내 전투기는 KAI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주인이 바뀐다고 경쟁 시장이 독점 시장으로 바뀌는 게 아니다.

방산시장의 특징도 봐야 한다. 국내 방산은 무기 소비자(구매자)가 정부 하나인 수요독점 시장이다. 가격은 방위사업법의 원가 체계로 결정된다. 독점 공급자가 가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도 “대기업이 공기업 지분을 매입하는 그 자체만 가지고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잘못됐다”며 “방산업체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해외 기업과 어깨를 견줄 수 있거나 혁신을 선도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국민 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방산이 미래 먹거리라면 관점을 글로벌 시장으로 넓힐 필요도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세계 100대 방산 기업 순위(2024년 기준)에서 한화는 매출 79억7000만달러로 21위, KAI는 20억1000만달러로 70위였다. 두 회사를 합해도 1위 록히드마틴(646억5000만달러)의 6분의 1에 못 미친다.

글로벌 관점에서 키워야

방산업체의 대형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은 냉전이 끝난 1990년대 50여 개 방산 대기업이 합종연횡을 통해 록히드마틴 등 5개사로 재편됐다. 록히드마틴은 전투기와 헬기, 위성뿐 아니라 미사일, 로켓도 제조한다. 우주항공과 지상군 등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영국 BAE도 전투기와 잠수함이 주력 품목이다. 방산을 영역별로 분업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진리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도 통합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2024년 보고서에서 “유럽 방위산업은 지나치게 분절돼 대규모 생산 능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레오파르트 전차로 유명한 독일 최대 방산업체 라인메탈은 지난 3월 군함 조선사 NVL을 인수하며 육상에서 해양으로 영역을 넓혔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이 국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지만 이런 기업을 쪼개야 한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글로벌 플레이어가 된 기업들이 대한민국에 기여하는 바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K방산에도 글로벌 플레이어가 나와야 한다. 꼭 한화가 아니더라도 한국의 록히드마틴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