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전담 인력 7배 늘어
성과 노리고 수사 몰아칠 수도
금융범죄수사국은 150명 달해
공소청과 '핑퐁' 땐 장기화 우려
이달 새 형사사법체계 시행을 계기로 향후 기업 수사가 대폭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면서 과거 검찰청 시대에 비해 공정거래와 자본시장 등 기업 관련 분야의 수사 인력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수사와 기소 주체가 분리되면서 기업들의 변론 전략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제도 공백 놓인 리니언시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담합과 독과점 등 공정거래 수사를 전담하는 서울지방중수청 반독점수사국의 수사관 정원은 120여명이다. 옛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 17명의 검사와 수사관이 있었던 걸 감안하면 수사 인력이 7배로 늘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전 647명이던 공정거래위원회 정원도 이달 기준 1052명으로 62.6% 증가했다. 수사뿐 아니라 조사 인력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1년 새 ‘조단위’의 대형 담합 수사가 잇따랐다. 검찰(현 공소청)은 석유화학(16조3961억원), 전분당(10조1520억원), 밀가루(5조9913억원), 설탕(3조2715억원)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지난 2일부터는 공정위가 고발 요청을 하는 기관이 검찰(현 공소청)에서 중수청으로 바뀌었다. 신설 조직인 중수청이 성과를 내기 위해 공정거래 분야 수사를 더욱 휘몰아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도의 불확실성도 기업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다. 기존에 대검찰청 예규에 따라 검찰이 쥐고 있던 담합 사건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 권한을 어느 기관에 부여해야 하는지가 불명확한 상황이다. 담합 혐의 기업의 수사 협조를 원활하게 끌어내기 위해선 중수청이 리니언시 신청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불기소 처분 혜택을 전제로 하는 리니언시는 공소청의 권한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금융 범죄 수사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과거 서울남부지검 4개 부서(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 금융조사1·2부,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부) 소속 45명의 검사·수사관이 관련 수사를 전담했다. 서울중수청 금융범죄수사국 정원은 약 150명이다. 수사 인력이 3배 넘게 증가했다. 정부는 노동 분야 특별사법경찰인 노동감독관 정원도 현재 5000명에서 2028년 8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산업재해나 임금체불 사건 수사가 늘어날 공산이 크다.
최근 몇 년간 반부패수사부 등 검찰의 인지수사 부서 축소 움직임과 맞물려 기업 수사 총량이 줄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중수청은 아직 수사 인프라나 인력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지만, 중수청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면 기업 수사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수사 장기화 가능성도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고 1차 수사기관이 다양해지면서 기업 사건 변론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과거엔 경찰보다 검찰 수사 단계에 변론 수요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공소청 검사가 더 이상 직접 수사를 할 수 없는 만큼 이젠 경찰과 중수청 등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게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기관 단계에서 정리된 증거와 사실관계 등이 이후 기소 판단과 재판 과정에서 근거로 계속 사용되기 때문이다.
검사의 수사권이 폐지된 점을 역이용하는 전략을 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수사 완성도가 70% 수준에서 송치됐다고 가정하면 과거엔 검사가 직접 100%로 보완했겠지만, 지금은 70%를 바탕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변호인 입장에선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가 미진하다고 판단될 경우 무리하게 무혐의를 다투기보다 향후 재판에서 ‘빈틈’을 노려 무죄를 받아내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 종결까지 걸리는 기간이 늘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수사 관할 문제나 검사의 보완 수사 요구 등 때문에 사건 ‘핑퐁’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