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경력단절 위기 내몰린 '미래 노벨상' 청년 연구자들
“내년도 예산안이 이대로 통과되면 연구에 한창 물이 오른 박사과정생과 재계약을 앞둔 박사후연구원 같은 젊은 인재부터 짐을 싸게 될 겁니다.”

최근 만난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초과학연구원(IBS)의 한 선임 연구원은 이렇게 토로했다. IBS는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목표로 2011년 설립된 연구기관이다. 당장의 상업적 성과보다 장기적인 난제 해결에 집중하려는 연구자가 모인 곳이기도 하다. 그런 IBS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정부 예산안대로라면 내년도 IBS 연구단의 연구개발(R&D) 예산이 올해보다 5.1% 줄어들기 때문이다.

연구 현장의 당혹감은 국가 전체 R&D 예산이 14.7% 삭감된 2024년과 다르지 않다. 당시와 비교하면 삭감 폭은 작지만, 이번에는 국가 전체 R&D 예산이 11.2% 늘어나는 상황에서 IBS 예산만 뒷걸음질치게 됐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크다.

IBS가 예산 배분에서 후순위로 밀린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전략 산업 투자가 강조되면서 기초과학 연구의 우선순위가 낮아진 측면이 있다. 여기에 IBS의 R&D 체계와 조직 운영이 비효율적이라는 정부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과가 저조한 연구단을 정비하고, 평가를 강화해 운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개혁의 순서다. 충분한 진단과 개선 방안 없이 예산부터 삭감하면 그 부담은 정작 연구 현장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IBS 연구자의 인건비 구조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일반 행정·사무직과 달리 연구자의 인건비는 연구단의 R&D 예산에서 충당된다. 현실적으로 실험과 연구에 필요한 비용을 크게 삭감할 수는 없다. 결국 재계약을 앞둔 박사후연구원과 졸업 후 IBS 입사를 준비하는 신진 연구자가 우선적인 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기간 축적한 지식과 경험이 중요한 기초과학 연구의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어렵게 길러낸 연구 인력이 연구 현장을 떠나면 그동안 쌓아온 전문성과 연구 역량도 함께 유실될 수 있다.

연구단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과 젊은 연구자의 미래를 지키는 일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장기 연구의 특성을 고려한 평가와 구조 개혁, 그 과정에서 연구 인력의 고용과 연구 연속성을 지킬 수 있는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미래의 노벨상 수상자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지 않는다. 불확실한 연구를 묵묵히 이어가는 젊은 연구자들이 있어야 그 가능성도 자란다. 정부는 지난달 과학기술인이 우대받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선언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금 연구실에 있는 이들의 미래부터 지켜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