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이슈프리즘] 中 전기차 공습 손놓은 정부
글로벌 車 시장 '중국산 천하'
韓 기업 버틸 시간 벌어줘야
장창민 산업부장
韓 기업 버틸 시간 벌어줘야
장창민 산업부장
그가 본 그대로다. 남미 시장은 중국산 전기차로 뒤덮여 있다. 세계 6위 자동차 시장인 브라질에서는 올해 상반기 비야디(BYD) 판매량이 현대차와 도요타를 제쳤다. 칠레에선 판매 기준 상위 15개 브랜드 중 그레이트월모터, 창안 등 중국 업체 5곳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의 합산 점유율은 40%에 육박한다. 그야말로 파상공세다.
중국 기업은 단순히 저가 차량을 밀어내는 게 아니다. 현지 정책과 생산 거점을 활용하는 전략으로 지배력을 다지고 있다.
전기차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중국의 신흥국 접수는 이미 끝났다. 브라질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태국 등 주요 국가에서 판매된 전기차 10대 중 9대가 중국산이다. 유럽 시장 점유율도 18%에 달한다. 3년여 만에 두 배로 늘었다. 한국 내수시장도 뚫리기 시작했다. 100% 관세 장벽을 세운 미국 등 일부 국가를 빼면 글로벌 차 시장이 ‘중국산 천하’가 될 판이다.
‘붉은 침탈’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5년여 전만 해도 100만 대에 못 미치던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2023년 491만 대로 불어났다.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에 올랐다. 올해는 수출 1000만 대 돌파를 앞두고 있다. 독일, 미국, 일본도 넘보지 못한 수치다. 전통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이제 점유율을 넘어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차 메이커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나온 지원책인 국내 생산세액 공제 지원 분야에 태양광, 풍력, 2차전지, 반도체, 로봇 부품 등은 포함했지만 완성 전기차는 빠진 게 대표적인 사례다. “배터리를 지원하면 완성차도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는다”는 안일한 논리와 재정 부담 등에 기댄 판단이다.
자동차 산업은 단순한 수출 산업이 아니다. 국내 산업 현장의 일자리를 떠받치는 근간이다. 국내 5개 완성차업체와 그에 딸린 5000여 곳 넘는 부품회사가 직접 고용한 인력은 34만 명에 이른다. 판매 및 물류, 서비스 등 직간접 고용 인력까지 더하면 1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차 산업이 흔들리면 안 그래도 허약한 부품회사는 재앙을 맞을 공산이 크다. 부산(르노), 울산·아산(현대차), 광주·화성(기아), 부평·창원(한국GM), 평택(KG모빌리티) 등 지역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의 공습을 견디고 살아남는 건 결국 기업과 기업인의 몫이다.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업체는 발만 동동 구를 때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설계 및 원가 개선, 라인업 재편, 현지 생산·판매 확대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시도해야 한다. 적어도 3~5년은 버텨내야 한다. 그래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의 주도권을 놓고 나중에 승부를 볼 수 있다.
다만 이들 기업이 버틸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고, 더 이상 밀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것은 정부와 정치인의 몫이다. 보조금과 세제 지원, 관세 강화 등 더 늦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 여기서 더 밀리면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