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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필의 베토벤, 음반으로 미리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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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 들어봐야할 클래식 명반
공연전 들어봐야할 클래식 명반
베토벤은 피아노협주곡 5개를 남겼다. 이번 공연에서 악단이 조성진과 함께 연주할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은 그중에서도 피아노와 관현악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한 작품으로 꼽힌다. 이전 협주곡에선 관현악이 먼저 주제를 제시하고 피아노가 그 주제를 따라가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베토벤은 피아노가 먼저 주제를 내놓은 뒤 관현악이 조성을 바꿔 응답하는 형태로 기존 작곡 관습을 뒤집는다. 2악장에서도 관현악이 도입부를 이끌던 데서 벗어나 현악기와 피아노가 태극 문양처럼 얽히는 그림을 그린다. 첫머리에서 현악기는 다소 거친 음형을, 피아노는 속삭이는 듯한 음색을 내놓지만 두 악기군의 대화가 계속되면서 현악기는 부드러운 선율로, 피아노는 풍부하고 장식적인 선율로 변모한다. 이들 악기의 관계가 바뀌어 가는 서사는 이전 협주곡에선 쉽게 찾기 어려운 묘미다.
앨범으로 접한다면 피아니스트 빌헬름 켐프가 베를린 필하모닉과 1961년 연주한 앨범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앨범엔 켐프가 직접 작곡한 1악장 카덴차(독주 구간)가 담겼다. 자연스러운 흐름과 따뜻한 음색에 집중해 악기 간 대화가 돋보인다. 카를 뵘이 지휘한 빈필과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남긴 1976년 녹음본에선 중후한 관현악과 피아노의 명징함이 멋진 대비를 이룬다. 악단의 조직력 덕분에 폴리니의 정교한 아티큘레이션(음 표현 방식)이 잘 살아난다. 2015년 BBC뮤직매거진어워드에서 올해의 음반상을 받은 안스네스와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녹음본도 좋다. 악기들의 교감이 유기적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