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출근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출근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일만 죽도록 시키고, 못 해 먹겠다니까요."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4층 '로봇카페'. 재정경제부 사무관들이 자주 모이는 이곳은 관가 '복도 통신'의 진원지로 통한다. 이곳에서 오가는 불만 수위는 여느 직장보다 심각한 편이다. 불만 상당수는 재경부의 고질적인 '인사 적체'에서 비롯했다. "기획예산처는 서기관 승진자가 쏟아졌다더라"거나 "우리 부총리는 뭐 하는 거냐"는 시샘과 원망 섞인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 같은 재경부 공무원의 불만이 다소 누그러질 전망이다. 올해 서기관 승진자가 지난해보다 80% 늘어난 데 이어 행정고시 58회 출신까지 처음 발탁됐기 때문이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과 권대영 재경부 1차관이 인사 관련 부처인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를 어렵게 설득해 이끌어낸 결과라는 평가다.

재경부는 15일 서기관 21명과 과학기술서기관 1명을 비롯한 22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상반기(20명)까지 합쳐 올해 승진자는 총 42명으로 지난해보다 19명(82.6%) 늘었다. 서기관 승진 규모로 역대급이다. 재경부 인사과 관계자는 "업무 성과·역량을 중심으로 우수 인재를 발탁하고 인사 적체를 완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행시 58회 출신 서기관이 처음 배출됐다는 점이다. 안경우 혁신성장실 전략투자지원과 서기관이 그렇다. 대구과학고를 졸업한 안 서기관은 연세대에서 기계공학과와 경제학을 복수전공했다. 2015년 공직에 입문해 경제정책국과 국고국, 정책조정국 등을 거쳤다. 한 재경부 관계자는 "안 서기관은 옮기는 부서마다 발군의 능력을 발휘했다"며 "각 부서가 서로 데려가려던 인재"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대미투자 관련 업무를 맡아 대미투자 특별법 제정 실무에 깊이 관여했다. 기존에 없던 한미 전략적 투자체계를 설계하고 관련 특별법을 마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한미투자공사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기여했다.

7급 공채 출신(57회 상당)인 김대훈 대변인실 홍보담당관실 서기관도 이번 인사에서 발탁됐다. 김 서기관은 약 4년 동안 격무부서로 통하는 대변인실에서 근무하며 언론 대응의 최전선을 지켰다. 지난해와 올해 기획재정부의 재경부·예산처 분리 과정과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업무가 몰린 대변인실의 실무를 책임졌다. 조직개편과 주요 정책 현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언론 대응에 빈틈이 없도록 업무를 수행한 것은 물론 성품도 훌륭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 인사는 재경부가 예산처와의 승진을 놓고 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나와 더 주목을 받았다. 예산처는 행시 58회 출신을 비롯해 사무관 9명을 서기관으로 승진시킨 바 있다. 올해 초 행시 57회 출신을 서기관으로 발탁한 데 이어 승진 대상 기수를 한 계단 더 낮췄다.

반면 재경부는 그동안 행시 57회 출신 서기관조차 나오지 않아 상대적으로 인사 적체가 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기재부에서 출발했지만 어느 부처로 가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재경부도 행시 58회 출신 서기관을 배출하면서 이 같은 볼멘소리는 당분간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