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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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 열풍에 따라 세계 최대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L이 생산능력을 추가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객사들이 2027년과 2028년 공급 물량을 넘어 2029년, 심지어 2030년 장비 주문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다. AI 반도체 생산시설 확충 경쟁이 장기화하면서 ASML의 올 3분기 매출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장비를 생산해 '슈퍼을(乙)'로 통하는 ASML은 올 3분기 순매출 116억6200만유로를 기록했다고 14일 밝혔다. 직전 분기(93억2600만유로)보다 약 25% 증가한 규모다. 당기순이익은 29억1800만유로에서 49억6000만유로로 약 70% 늘었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매출총이익률은 2분기 54%에서 3분기 57.5%로 3.5%포인트 상승했다. 매출총이익은 이 기간 50억3500만유로에서 67억유로로 증가했다.

실적 개선에는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와 기존 장비의 성능 개선 수요가 영향을 미쳤다. ASML이 3분기 판매한 신규 노광장비는 113대로 직전 분기(86대)보다 27대 늘었다. 중고 장비 판매량도 5대에서 8대로 증가했다.

이미 설치된 장비의 유지·관리와 성능 개선 등을 통해 발생하는 매출도 확대됐다. 설치 장비 관리 사업 매출은 32억8900만유로로 약 19% 늘었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ASML의 3분기 총 순매출이 당사 가이던스 상단에 근접한 117억 유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는 우리의 강력한 생산능력 확대 실행을 반영한 결과"라고 했다.

ASML이 주목하는 것은 현재 실적보다 향후 장비 수요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 확대를 예상하면서 장비 확보 계획을 계속 앞당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푸케 CEO는 "AI 관련 투자의 규모와 지속 기간에 대한 전망을 토대로 고객사들이 ASML 장비에 대한 단기 및 중기 수요 예측치를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 가시성을 반영해 일부 고객사들은 2029년, 나아가 2030년 장비 주문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사들이 현재 필요한 장비뿐 아니라 수년 뒤 생산시설에 투입할 장비 확보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2029~2030년 물량은 고객사들이 주문에 관심을 나타낸 단계로 실제 계약이 체결됐다는 뜻은 아니다.

장비 공급 부족 가능성도 제기됐다. ASML은 올해 들어 분기마다 수주 흐름이 강화되고 있지만 현재 마련한 2027년과 2028년 공급 계획만으로는 고객사들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ASML은 이에 2028년 생산능력 추가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는 앞서 올해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저개구수(로우 NA) 극자외선(EUV)·심자외선(DUV) 이머전 장비 생산능력을 2027년 각각 30% 늘리고, 2028년에엔 각각 추가로 30%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기존에 제시한 2028년 증설 규모를 넘어 추가 확장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AI 관련 투자 확대가 노광장비 수요 전망 자체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ASML은 기존 장비의 생산성을 높이는 업그레이드를 통해서도 고객사들이 반도체 웨이퍼 생산능력을 확대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성장세는 올 4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ASML은 4분기 순매출을 142억~152억유로로 예상했다. 매출총이익률 전망치는 약 57%다. 연구개발비(R&D)·판매관리비(SG&A)는 각각 약 12억유로, 4억유로로 제시했다.

올해 연간 순매출 전망치는 440억~450억유로, 매출총이익률은 약 56%다. 3분기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는 이를 다시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주주환원 정책도 이어간다. ASML은 2026~2028년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에 따라 3분기에 약 41억유로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다음 달 4일에는 보통주 1주당 1.88유로의 중간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