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베이징 공장 전경. 사진=AFP·연합뉴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베이징 공장 전경. 사진=AFP·연합뉴스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가 차세대 서버용 D램 사업을 노린 새 승부수를 던지자 마이크론을 비롯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 주가가 폭락했다. CXMT는 정보를 저장하는 기본 단위인 셀을 더 작게 만들어 같은 크기의 칩에 더 많은 정보를 담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를 안정적으로 생산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기존 업체들의 가격결정력과 시장점유율을 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중국 경제매체 중국경영보 등에 따르면 차오칸위 CXMT 사장은 최근 '4F²' 구조와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DDR5 RDIMM을 올해 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DIMM은 여러 D램 칩을 기판에 묶어 서버에 꽂아 쓰는 메모리 제품이다.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 우려는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87% 하락했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도 전 거래일보다 10.09% 빠졌다. 삼성전자 또한 같은 기간 7.39% 하락한 상태로 거래를 마쳤다. 업계 일각에선 중국 기술 추격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점유율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번에 발표한 기술의 핵심은 저장 셀의 크기다. 업계에서 널리 쓰는 6F² 구조를 4F²로 바꾸면 같은 최소 선폭·간격(F)을 전제로 셀 면적이 33.3% 줄어든다. 같은 셀 배열 면적에 들어가는 셀 수는 이론적으로 50% 늘어난다.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정보를 담아 저장 용량을 높이는 방식이다.

셀을 작게 만드는 핵심은 자체 개발한 VSG 트랜지스터다. 전류가 흐르는 통로를 수직으로 세우고 전류를 조절하는 게이트가 둘러싸게 했다. CXMT는 이 구조를 통해 새는 전류를 줄이고 회로가 작아질 때 생기는 작동 불안정성을 개선한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관련 공개 특허 패밀리가 300개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정보를 저장하는 부분과 작동을 제어하는 회로를 따로 만들어 붙이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더한다. 두 부분을 각각에 맞는 공정으로 제조해 저장량과 회로 성능을 높이려는 것이다. 같은 크기의 칩에 더 많은 정보를 담으면 저장 용량당 생산비를 낮출 수 있지만 추가 제조·접합 비용과 수율도 따져야 한다.

중국 싱크탱크 패스트싱크연구소의 톈펑 원장은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CXMT의 전반적인 기술 진전이 "새로운 칩 제조와 패키징, 테스트, 신뢰성 엔지니어링의 진전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 변화가 서버용 제품의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지면 기존 업체들도 영향을 받는다. 온라인 투자중개업체 XTB의 옌스 클라트 시장 분석가는 "더 저렴한 중국의 생산능력이 시장을 확대하면 업계 이익률이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산 메모리 공급이 늘면 경쟁사들이 가격을 낮춰야 할 수도 있어서다.

새 기술의 상용화는 칩 설계·제조 공정·장비·소재 분야 협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쑹샹칭 중국상업경제학회 부회장은 기술 축적이 상용 제품으로 전환되면 칩 설계, 제조 공정, 반도체 장비·소재에서 협력 혁신을 이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은 문턱은 불량품을 줄여 충분한 물량을 생산하고 서버 고객의 검증을 통과하는 것이다. 서버 메모리는 장시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고 중앙처리장치(CPU)·메인보드와도 호환돼야 한다. CXMT는 신제품의 용량·전송속도·정확한 출시일을 공개하지 않았다. 양산 수율과 공급 규모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CXMT의 연말 출시 계획만으로 주요 경쟁사를 "기술적으로 앞섰다"고 단정할 순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의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이고르스랩은 출시 일정을 발표한 것만으로는 안정적인 대량생산 능력이 검증됐다고 볼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