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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日기자 간첩 혐의 체포…中은 북방영토 시찰까지 [도쿄나우]
기자 체포·북방영토 무력시위
중국 기업인은 북방영토 시찰
일본 압박 수위 높여
중국 기업인은 북방영토 시찰
일본 압박 수위 높여
14일 아사히신문 NHK 등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전날 홋카이도신문 기자를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기자는 러시아 외무부에 정식 등록된 특파원으로, 극동 사할린주의 주도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근무해 왔다. 러시아에서 출국하기 하루 전 체포됐으며, 이후 모스크바로 이송됐다. 현지 법원은 최소 2개월간 구금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FSB는 해당 기자가 일본 정보기관의 지시를 받아 러시아의 국방 능력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쿠릴열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된 병사와 자원입대자의 수를 조사한 행위를 문제 삼았다. 쿠릴열도 남부 4개 섬은 일본이 북방영토로 부르며 러시아와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지역이다.
러시아 당국은 구체적인 증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징역 10~2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러시아 외무부의 마리야 자하로바 대변인은 13일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안보를 해칠 목적으로 특파원을 이용해 정보를 수집하려는 일본의 시도는 유감스럽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유일한 사례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혀 추가적인 일본인 구금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FSB는 기자를 체포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도 공개했다. 영상에는 수사관들이 어두운 호텔 객실에 들이닥쳐 기자에게 간첩 혐의를 통보하는 모습이 담겼다. 기자가 "간첩이라고요? 무슨 뜻입니까?"라고 되묻자 수사관은 "일본 정보기관을 위한 간첩 행위"라고 답했다.
영상에는 여행가방 속 서류와 영수증도 등장했다. 서류에는 러시아어로 '공무용 한정'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지만 나머지 내용은 흐리게 처리됐다. 이어 '2만'이라고 적힌 영수증이 비쳤다. 홋카이도신문 유즈노사할린스크 지국이 압수수색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도 공개됐다.
이번 사건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냉각된 일본과 러시아의 관계에 추가적인 악재가 될 전망이다. 일본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유럽과 보조를 맞춰 대러시아 경제제재를 시행해 왔다. 러시아는 이에 반발하며 일본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북방영토를 둘러싼 러시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8월 13일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에토로후섬(러시아명 이투루프섬)을 처음 방문했다. 같은 달 20일에는 러시아 태평양함대가 남쿠릴열도 인근에서 미사일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중국까지 북방영토 시찰, 러시아와 보조
중국까지 북방영토 문제에 관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극동 사할린주 정부는 13일 중국 헤이룽장성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 등으로 구성된 방문단이 에토로후섬을 시찰했다고 발표했다. 방문단은 성게와 해삼 양식, 관광 분야에서의 경제협력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러시아 측이 아닌 외국 방문단이 북방영토를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사할린주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우리 지역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적극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중국 방문단의 에토로후섬 시찰과 관련해 13일 밤 기자들에게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상황에 맞게 제대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러시아가 중국과 보조를 맞춰 일본에 대한 강경 기조를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일본과 러시아는 북방영토 4개 섬의 영유권 갈등으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지금까지 정식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측은 지난 8월 대학생 단기 파견을 재개하는 등 최소한의 교류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북방영토 방문과 러시아군의 미사일 훈련, 중국 방문단의 분쟁 지역 시찰에 이어 일본인 특파원 구금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련의 사건이 직접 연계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러시아가 일본과의 관계 개선보다는 강경 대응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