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레버를 당긴다고 해서 경제가 그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마이클 우드퍼드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경고다. 경제정책을 만능 도구처럼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그는 수상 직후 인터뷰에서 “경제주체들이 어떻게 예상하고 이해하는지와 무관하게 정책을 운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제를 움직이는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과 개별 가계라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다시금 상기시킨 것이다. 우드퍼드 교수는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에 가계와 기업의 미래 기대를 접목한 새 케인스주의 경제학의 대표적 학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향후 금리 경로를 미리 제시해 경기 안정화에 기여하도록 한 ‘포워드 가이던스’의 이론적 토대를 놨다. 시장과의 소통으로 경제주체의 기대를 형성하는 것이 효과를 높이는 핵심 수단임을 밝혀냈다.

공동 수상자인 로버트 홀 스탠퍼드대 교수의 연구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가계가 당장의 소득보다 미래 소득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소비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이론화했다. 정부가 일회성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그만큼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두 석학의 연구는 시장을 무시한 개입과 규제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일 만하다. 최근 정부는 강도 높은 부동산 세제와 대출 규제를 앞세웠다가 부작용이 드러나자 방향을 대폭 수정했다. 시장의 자율적 수급과 기대를 고려하지 않은 부동산 정책은 전세시장 불안과 공급 위축을 심화할 우려가 있다.

재정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올린 상황에서 정부 지출을 늘리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올해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재정을 확대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개입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을 적대시하거나 정책이 급변하면 기업과 가계는 투자와 소비를 미루고 정부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게 된다. 경제를 안정시키려면 시장과 소통하고 일관된 원칙으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 시장을 이겨야 할 상대로 바라보면 시행착오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