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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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기존 주택 소유주들이 집값을 낮추기 시작하면서 신규 주택 건설업체들이 가격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주택매물 증가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이 겹친 상황에서 기존 주택까지 가격을 낮추면서 레나와 KB홈 등 대형 건설업체들의 수익성이 추가로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 기존 주택시장에서 매도자들이 호가를 인하하거나 구매자에게 거래비용을 지원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4년 간 기존 주택 소유주들이 가격 인하를 거부하면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경쟁 환경을 누렸던 신규 주택 건설업체들이 새로운 압박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미국의 기존 주택시장은 코로나19 이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매물 부족을 겪었다. 낮은 금리로 대출받은 집주인들이 기존 주택을 팔고 높은 금리의 새 대출을 받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매도자들은 원하는 가격을 받지 못하면 집을 시장에서 거둬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상황은 신규 주택 건설업체들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기존 주택 매물이 부족해지자 구매자들이 신축 주택으로 눈을 돌렸고, 신규 주택 판매량은 2022~2025년까지 7%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기존 주택 판매량은 2022년보다 약 20% 감소했다.

최근 기존 주택 소유주들이 가격을 낮추면서 경쟁 구도가 달라지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레드핀에 따르면 9월 20일까지 4주 동안 기존 주택 매도자의 21%가 매도 희망가격을 인하했다. 실제 거래에서는 가격 인하보다 각종 비용 지원 형태의 양보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주택 매도자의 45%는 구매자에게 거래 종결 비용을 대신 부담하거나 주택 수리비를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애틀랜타와 테네시주 내슈빌처럼 주택 공급이 많은 선벨트 지역에서는 매도자 10명 가운데 7명이 이러한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대형 주택 건설업체들의 사업장이 집중된 곳이기도 하다는 평가다.

기존 주택 매물 증가도 가격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9월 미국의 매물 재고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달보다 불과 5% 적은 수준까지 회복됐다. 시장에 나오는 주택이 늘면서 매도자들의 가격 협상력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대형 주택 건설업체들의 판매가격에 이미 반영되고 있다. 레나에 따르면 올 8월까지 3개월간 미국 서부 지역의 평균 주택 판매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만4000달러, 약 7% 떨어졌다. 중부 지역의 평균 판매가격도 전년 대비 5% 하락했다.

건설업체들은 그동안 기존 주택과 경쟁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춰주는 인센티브를 활용해왔다. 신규 주택 구매자가 일반 금융기관에서 직접 대출받을 때보다 1~2%포인트 낮은 금리를 적용받도록 건설업체가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높은 금리 환경에서도 주택 판매를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었지만 건설업체의 이익률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레나는 현재 주택 판매를 성사시키기 위해 집값의 약 12%에 해당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비용 부담으로 8월까지 3개월간 레나의 매출총이익률은 15.8%까지 떨어졌다. 이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나타났던 수준이다.

앞으로는 금리 인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비용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건설업체들이 금융기관과 저금리 대출을 미리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데 더 많은 자금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기업연구소(AEI) 주택센터의 에드워드 핀토 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말에는 1억달러 규모의 주택담보대출 공급 약정에서 금리를 연 6%에서 5%로 낮추는 데 380만달러가 필요했다. 그러나 최근 금리 상승으로 같은 규모의 약정에서 대출금리를 1%포인트 낮추는 비용은 540만달러로 증가했다.

수요 감소도 주택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를 넘어서면서 미국의 주택 구매 수요는 크게 위축됐다. 기존 주택 소유주와 신규 주택 건설업체들이 줄어든 구매자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형성되고 있다. WSJ은 "향후 미국 주택 건설업계의 수익성은 기존 주택 매물 증가 속도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구매 수요 회복 여부에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