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2030년부터 역성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례적으로 박한 경제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반도체 호황 덕에 사상 첫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을 노리는 상황에서 불과 4~5년 뒤에 경제가 뒷걸음질칠 수 있다는 경고는 뜬금없는 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민간의 체감 경기가 차갑게 식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만큼 국책기관의 쓴소리를 허투루 흘려들어서는 곤란하다.

어제 ‘한국 경제: 지금 서 있는 곳, 가야 할 길’을 주제로 KDI가 니어재단, 한국경제학회와 공동 주최한 경제정책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새겨들을 만한 고언이 적지 않게 나왔다. 주최 측이 주로 장기적 시각에서 거시 경제를 분석해온 만큼 경제 기초체력을 키우기보다는 대증요법에 기댄 역대 정부 정책에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그동안 단기적인 성장 반등을 이끈 저금리와 확장재정, 부동산 경기 부양과 같은 총수요 정책으로는 장기적인 성장 추세 하락을 멈추기 어렵다”는 김세직 KDI 원장의 직언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 향후 경기와 관련해 “2030년부터는 역성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구체적이고 직설적인 경고까지 나온 점은 간과해선 안 된다. KDI는 지난 30년간 추세적으로 하락한 장기성장률 추이와 개별 연도의 성장률 등락은 구분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시적인 반도체 호황을 경제 전반의 체력이 좋아진 것으로 착각해선 곤란하다는 얘기다. 또 현재의 경상수지 흑자 행진에 국내 소비와 투자 부진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KDI의 조심스러운 경제 전망은 정부 당국엔 서운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경제성장률과 수출 증가세, 경상수지 흑자 규모 같은 경제 지표가 나쁘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정·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은 일시적 수요를 자극할 수 있을 뿐 생산성 증가세 둔화와 인구 구조 변화 문제를 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KDI의 지적은 지표의 좋고 나쁨과 상관없이 귀담아들을 내용이다. 일부 산업의 일시적 호황에 취해 산업·노동 구조 개혁 같은 경제 체질을 개선할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