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20억 없어도 서울 아파트 주인 된다"…30년 베테랑의 해법
“집값은 마차처럼 움직입니다. 수요와 공급은 두 바퀴, 금융은 말, 정부는 마부죠. 바퀴와 말이 아무리 좋아도 마부가 노련하지 않으면 길을 잃게 됩니다.”

권혁진 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사진)은 12일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라며 “마부가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활용해 승객이 안심하고 목적지에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올해 1월까지 30년간 국토교통부에서 주택 업무를 주로 맡으며 두 차례 집값 급등기와 급락기를 겪었다.

그런 그가 최근 <집값의 법칙>을 펴냈다. 그는 “주택 정책을 담당하는 후배들에게 30년간 고민한 내용과 시장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 집을 사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집값의 원리를 설명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주택 공급에서 중요한 것은 ‘신규 공급량’보다 ‘주택 재고’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어난다고 집값이 곧바로 안정되지는 않는다”며 “주택 재고가 장기간 쌓일 때 상승세가 꺾이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집값 상승 압력이 큰 것도 가구 수에 비해 누적 공급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도심의 주택 공급은 더욱 어렵다고 했다. 권 부회장은 “국토부 주택토지실장 시절 국공유지 개발 현장을 다니면서 ‘차라리 신도시를 건설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국공유지는 부지마다 이해관계자와 협의해야 하는 데다 공급 물량도 많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집을 살 때 눈여겨볼 지표로는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을 꼽았다. “매매가에서 전세가를 뺀 것이 투자 가치”라는 것이다. 그는 “획일적으로 해석하기는 어렵지만 관심 있는 아파트의 전세가율 추이를 꾸준히 살펴보면 좋다”고 조언했다.

자산 양극화 시대의 해법으로는 ‘은마리츠’를 제안했다. 은마아파트 같은 재건축 단지의 일반분양 물량 일부를 공공기금이 출자한 리츠가 매입한 뒤 무주택자에게 지분을 1억원 단위로 나눠 판매하는 구상이다. 투자자는 8년간 임대수익과 매각 차익을 나눠 갖는다. 권 부회장은 “현금 20억원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새 아파트를 ‘1집 100집주인’ 구조로 바꾸면 청년도 서울 새 아파트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