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검찰이 78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 검찰이 78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사진=연합뉴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과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개청 열흘이 지났지만, 검찰이 온라인 마약 거래를 감시하기 위해 구축한 'E-DRUG 모니터링 시스템'의 이관 여부가 아직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수청의 마약 사건 수사 범위와 관할 등이 정해지지 않은 탓이다.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검찰 내 E-DRUG 모니터링 시스템의 존치·폐지·이관 검토 내용 등을 묻는 질의에 "현재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중대범죄수사청의 마약 사건 수사 범위, 관할, 경찰청·관세청과 수사권 경합 시 해결 방안 등이 마련돼야 다른 기관 이관 여부도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DRUG 모니터링 시스템은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마약류 공급·유통을 적발하고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해 검찰이 2017년께 도입한 상시 감시 체계다. '인터넷 마약류 범죄 모니터링 시스템 운영에 관한 지침'에 따라 운용되고 있다. 2024년 1월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온라인 마약 정보를 상시 탐지하고 유통 수사에 쓸 수 있도록 고도화했다.

시스템 구축과 운용에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13억4077만원이 들어갔다. 2016~2017년 구축 사업에 5억7468만원, 2023년 고도화 사업에 3억8630만원이 쓰였고, 2018년부터 올해까지 유지·관리 비용으로 3억7979만원이 투입됐다.

그간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검찰이 수행하던 마약 수사가 중수청으로 넘어가면서 이 시스템이 사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대검찰청 마약과가 텔레그램 상선까지 추적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놨는데, 검사의 보완수사마저 못 하게 되면 이 시스템을 유지할 근거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당장 시스템 운용이 멈춘 것은 아니다. 공소청법과 개정 형소법 부칙은 시행 전 검사가 수사를 개시했거나 송치받은 사건 가운데 불가피한 경우 이달 2일 이후에도 최장 90일간 검사가 수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이 기간 공소청이 마약 사건을 계속 처리하는 만큼 시스템도 유지할 근거가 남는다.

문제는 공소청법과 개정 형소법 부칙 유예기간 이후다. 그때까지 시스템의 운영 주체와 이관 방안이 정해지지 않으면 축적된 마약 범죄 정보를 수사에 활용하는 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중수청은 이미 인력 부족 등으로 '개문발차'(開門發車·준비가 미흡한 채 시작하는 일) 지적을 받고 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중수청에 임용된 검찰 마약수사직은 181명으로, 올해 8월 기준 마약수사직 현원(302명)의 59.9%에 불과하다. 전국에 18곳의 지방청을 뒀던 검찰과 달리 중수청은 6곳이어서 한 곳이 관할하는 지역도 넓어졌다.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도 지난 6일 "당장 정상 가동은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모니터링 시스템까지 제때 이관되지 않으면 마약 범죄 대응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 /사진=한경DB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 /사진=한경DB
곽규택 의원은 "마약 범죄를 추적하는 감시망을 누가 운용할지도 정하지 못한 채 사장될 처지에 놓인 것은 준비 없이 검찰청 해체와 형사소송법 개정을 밀어붙인 결과"라며 "수사 체계를 통째로 바꾸면서 기존 수사 수단을 어디로 넘길지조차 설계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예기간 90일이 끝나면 온라인 마약 감시에 구멍이 날 수밖에 없다"며 "법무부는 시스템 이관 시점과 운영 주체, 중수청 인력 보강 계획을 함께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수사기관 간 협력으로 마약 수사 공백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법무부는 "유예 기간 내에도 종국 처분이 어려운 사건은 중수청으로 이관할 예정"이라며 "중수청을 비롯한 수사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마약사범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상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중대사안'은 사법(司)·안보(安) 이슈를 짚습니다. 검찰청 폐지·국군사관학교 통합 같은 굵직한 변화부터 사소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이야기까지, 이정우 기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기록하겠습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