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사진=뉴스1
서울 남산에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사진=뉴스1
서울 아파트값 회복세가 강남권과 한강변을 넘어 외곽으로 확산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거래된 서울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과거 최고 거래가격과 같거나 높은 가격에 팔리면서 일부 핵심지 중심이던 상승 흐름이 서울 전역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12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 서울에서 과거 거래와 가격 비교가 가능한 아파트 거래는 1만930건이었다. 이 가운데 5977건인 54.7%가 전고점과 같거나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전고점 이상 거래 비중은 1분기 38.2%에서 2분기 43.0%, 3분기 54.7%로 높아졌다. 이번 분석에서 전고점은 지난해 12월31일까지 동일 단지·동일 전용면적에서 거래된 최고가격을 뜻한다.

눈에 띄는 대목은 회복세가 서울 일부 지역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2곳에서 3분기 전고점 이상 거래 비중이 1분기보다 높아졌다.

동대문구의 전고점 이상 거래 비중은 1분기 45.7%에서 3분기 81.9%로 뛰었다. 같은 기간 서대문구는 44.4%에서 73.5%, 성북구는 32.1%에서 68.5%로 상승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가격 회복이 더뎠던 중위권 지역까지 매수세가 퍼진 결과로 풀이된다.실제 단지별 거래에서도 전고점 돌파 사례가 확인됐다.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 전용 121㎡는 지난달 21일 18층이 22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종전 최고가 18억6000만원보다 3억4000만원(18.3%) 오른 가격이다.

서대문구 북아현동 'e편한세상신촌2단지' 전용 84㎡도 지난 7월 9층이 23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다. 같은 면적의 종전 최고가는 지난해 10월 거래된 22억원으로, 9개월 만에 1억8000만원(8.2%) 뛰었다.
서울 외곽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은평구는 전고점 이상 거래 비중이 26.1%에서 50.0%로 높아져 비교 가능한 거래의 절반이 과거 최고가를 회복했다. 중랑구는 13.2%에서 41.4%, 강북구는 8.9%에서 34.5%, 노원구는 8.1%에서 24.9%로 상승했다. 도봉구도 6.1%에서 12.4%로 비중이 커졌다.

반면 고가 주택이 몰린 지역에서는 전고점 이상 거래 비중이 낮아졌다. 강남구는 55.0%에서 43.0%, 서초구는 67.6%에서 62.6%, 용산구는 71.3%에서 66.9%로 하락했다. 높은 가격과 대출 규제에 부담을 느낀 실수요가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서울 주택시장에서 ‘키 맞추기’ 장세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에서도 회복세가 이어졌지만 지역별 온도 차가 컸다. 3분기 비교 가능한 거래 3만3619건 가운데 전고점 이상 거래 비중은 22.4%였다. 1분기 12.0%에서 2분기 18.9%로 오른 뒤 상승세를 이어갔다.

성남시 분당구는 전고점 이상 거래 비중이 94.1%에 달했다. 성남시 수정구 77.2%, 용인시 수지구 74.1%, 하남시 73.6%, 성남시 중원구 65.4% 순이었다. 안양시 동안구와 광명시, 구리시도 비교 가능한 거래의 절반 이상이 전고점과 같거나 높은 가격에 이뤄졌다.

반면 의정부시는 6.4%, 파주시는 4.0%에 머물렀다. 서울 접근성과 정비사업 기대감, 산업·고용 기반 등 실수요를 끌어들이는 요인이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사이의 회복 속도가 크게 벌어진 셈이다.

인천의 전고점 이상 거래 비중은 6.5%였다. 1분기 4.3%와 비교하면 높아졌지만 서울과 경기에는 크게 못 미쳤다. 수도권 밖에서는 전북이 19.9%로 가장 높았고 제주 13.5%, 울산 12.4%, 경북 11.5%, 경남 11.0% 등이 뒤를 이었다.

김은선 직방빅데이터랩실 랩장은 "대출 규제와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가격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으로 실수요자의 관심이 이동했다"며 며 "공급 부족 우려와 임대차 가격 상승도 서울 외곽의 전고점 회복을 뒷받침한 요인"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금리와 대출 여건, 누적된 가격 부담은 추가 상승을 제한할 변수"라면서 "강남권을 비롯한 고가 주택의 조정이 장기화하면 서울과 수도권 전반의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통계는 지난 7일까지 신고된 거래를 기준으로 집계됐다. 3분기 거래는 신고기한과 추가 신고 등에 따라 향후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