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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라 스칼라 ‘오텔로’ 초청 철회…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도 내후년으로 연기
105억원 규모 개관 공연 결국 무산…협찬금 확보 불확실성 등 이유
시민 1000명 여론조사 등 숙의 과정 거쳐 최종 결정
올해 말 준공·내년 시범공연…지역 예술인 참여하는 개관작 마련
시민 1000명 여론조사 등 숙의 과정 거쳐 최종 결정
올해 말 준공·내년 시범공연…지역 예술인 참여하는 개관작 마련
전재수 부산시장은 14일 부산시청에서 문화 분야 주요 현안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결정을 발표했다. 전 시장은 "부산시 재정 여건과 공연장 준비 상태 등을 다시 검토한 결과 라 스칼라 공연을 부산오페라하우스 개막작으로 초청하기 어렵다는 최종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라 스칼라 초청 계획을 재검토하면서 운영자문단 회의 네 차례와 시민토론회,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문화협력위원회 심의와 지난달 30일 열린 문화 타운홀 미팅을 거쳐 최종 의견을 수렴했다.
숙의 과정에서는 조건부 찬성을 포함해 초청 공연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시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지역 예술인들이 공연에 참여하거나 제작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부산시가 초청 계획을 철회한 가장 큰 이유는 재원 조달의 불확실성이다. 시는 당초 민간 기업의 기부와 협찬 등을 통해 재정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여러 기업과 협의를 이어왔음에도 예산 편성을 본격화해야 할 시점까지 확보 가능한 기부·협찬 규모가 계획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전 시장은 "대내외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재원 조달이 계속 불확실한 상황에서 공연을 확정하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의 자세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역 예술계에 돌아갈 실질적인 성과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초청 공연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역 예술인의 참여와 교육, 인재 양성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기존 계획에서는 부산이 어떤 제작 경험을 축적하고 이후 협력을 발전시킬지 충분한 방안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연장 완성도와 촉박한 개관 일정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부산시는 대규모 오페라 공연을 안정적으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무대 설비와 음향 성능을 점검하고 시운전과 시범 공연을 거쳐야 한다고 판단했다. 공연장 운영체계뿐 아니라 관객 서비스까지 충분히 준비한 뒤 정식 개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예정대로 올해 말 준공하되 2027년 상반기 시설 안전성과 성능을 점검하고 하반기에는 다양한 시범 공연을 진행한다. 정식 개관은 2028년으로 미뤄진다.
개관 페스티벌은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부산의 역사와 삶, 문화적 정체성을 담은 공연으로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작품의 기획부터 제작, 연습, 공연까지 이어지는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 예술인과 무대기술 인력이 함께 참여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라 스칼라 초청은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을 상징하는 대표 사업이었다.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이 2027년부터 라 스칼라 음악감독을 맡게 된 것을 계기로 세계적인 오페라극장과의 협력 구상이 주목받았다.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극장의 작품을 개관 무대에 올려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위상을 높인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105억원 규모의 사업비가 알려지면서 재정 부담의 적정성과 지역 예술계에 돌아갈 효과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전 시장은 지방선거 과정에서 초청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부산 지역 예술계에서도 반발이 일었다. 부산민예총 등 시민·예술단체들은 지역 예술인의 참여가 제한된 해외 유명 극장의 공연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초청 중단을 요구했다. 세계적인 오페라극장의 제작 경험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예술인들이 직접 참여하고 제작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주장이었다.
전 시장은 당선 전부터 라 스칼라 초청 계획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 5월 4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서 첫 공약을 발표하면서 라 스칼라 초청 공연을 전임 시정의 예산 낭비 사례로 지목했다. 사흘간의 해외 오페라 초청 공연에 105억원을 쓰면서 정작 지원이 절실한 지역 예술인들은 외면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장에 당선되면 관련 예산 집행을 즉각 중단하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논쟁은 해외 유명 공연을 들여오는 비용 문제에만 머물지 않았다. 초청 추진 측은 세계적인 극장의 제작·운영 경험을 접하고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기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지역 예술계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는 초청 공연이 지역 예술인의 참여와 제작 역량 축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번 결정으로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지향하는 '제작극장'의 실현 방안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제작극장은 외부 공연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을 직접 기획·제작하며 예술적 경험과 기술 역량을 축적하는 극장이다. 성악가와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연출·무대·조명·의상 등 전문 인력과 안정적인 제작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앞서 클래식부산은 지난 8월 시민토론회에서 부산 창작 오페라와 지역 민간 오페라 페스티벌, 국공립 예술단체와의 공동 제작 등을 개관 프로그램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브리핑에서는 구체적인 개관 작품이나 제작 주체, 사업비는 공개하지 않았다.
라 스칼라와의 협력 가능성은 열어뒀다. 부산시는 오페라하우스 운영이 안정되고 본궤도에 오르면 필요한 재원과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해 라 스칼라를 포함한 세계적인 오페라극장의 공연 초청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이 라 스칼라와의 장기적인 교류 자체를 중단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편 부산시는 이날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부산분관 건립 사업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부산 남구 이기대 일대에 세계적인 미술관의 분관을 유치하려던 계획으로, 라 스칼라 초청 공연과 함께 전임 시정에서 추진된 대표적인 문화사업이다.
부산시는 정책점검단과 문화협력위원회 등의 검토를 거쳐 이기대 자연환경 훼손 우려와 계약상 공공성 확보 문제, 장기적인 재정 부담 등을 사업 중단의 이유로 제시했다. 기존 계획에 따르면 분관 건립에 시비 약 1100억원, 운영에 매년 약 125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지역 예술계와의 공감대 및 동반성장 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산시는 분관 건립 대신 시립미술관과 현대미술관의 전시·연구·소장 역량을 강화하고 해외 미술관과의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북항에는 전액 국비를 투입해 연면적 약 5000㎡ 규모의 복합문화전시공간을 2030년 개관을 목표로 조성할 계획이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