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일본여자오픈 우승으로 일본 최고 커리어그랜드슬램과 영구시드를 한번에 달성한 신지애는 “중요한 순간에 내가 해온 연습과 습관을 믿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일본여자오픈 우승으로 일본 최고 커리어그랜드슬램과 영구시드를 한번에 달성한 신지애는 “중요한 순간에 내가 해온 연습과 습관을 믿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최초’는 여전히 가슴을 뛰게 하는 단어네요. 제 한계를 극복하고 만들어낸 기록이기에 더없이 기쁘고 행복합니다.”

최근 전화로 만난 신지애(38)의 목소리에선 대기록 달성의 여운이 진하게 묻어났다. 그는 “우승 직후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그간의 노력과 훈련이 스쳐 지나갔다. 저도 모르게 눈물을 나더라”고 미소지었다.

‘살아있는 전설’ 신지애가 다시 한번 여자 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그는 지난 4일 일본 효고현 다카라즈카 GC(파70)에서 끝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일본여자오픈(총상금 1억5000만 엔)에서 최종 합계 11언더파 269타로 구와키 시호(일본)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승부 끝에 챔피언에 올랐다. 이번 우승으로 신지애는 JLPGA 투어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며 JLPGA투어 최초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여기에 투어 통산 30승을 완성해 후도 유리(일본) 이후 22년 만이자 역대 7번째 영구시드권까지 거머쥐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이미 영구시드를 갖고 있는 그는 프로 통산 68승을 달성하며 한국 남녀 골퍼를 통틀어 압도적인 역대 최다승 기록도 세웠다.

◇“드디어 해냈다” 감격의 눈물

2006년 KLPGA 투어 루키로서 상금왕·대상·최저타수상 싹쓸이, 2009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상금왕, 2010년 아시아 선수 최초 세계 랭킹 1위. 프로 데뷔 이후 20년간 신지애는 수많은 대기록을 작성해왔다. 올해로 38살, 여전히 현역인 신지애에게 이번 우승은 더욱 특별하다. “어느새 저에게 우승은 ‘하면 당연하고, 못하면 아쉬운 것’이었어요. 하지만 이번 우승은 ‘드디어 해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일본여자오픈은 신지애가 일본 최초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이었다.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2018·2025년), JLPGA 챔피언십(2018년), 투어 챔피언십 리코컵(2015·2018년)을 제패했지만 일본여자오픈에서는 세차례 준우승에 그쳤다. 올해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거머쥐기까지 8년이 걸린 셈이다. 14년간 체중을 그대로 유지할 정도로 자기관리에 엄격한 신지애이지만 이번 대회를 위해서는 “손톱 밑에 거스러미가 생길까봐 손톱 깨무는 버릇까지 참으려 애썼다”며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67승을 쌓은 노하우와 집중력은 이번 대회에서 빛을 발했다. 3라운드를 마친 뒤 신지애는 일본 대표 ‘라이징 스타’ 구와키 시호에 2차 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신지애는 “최종라운드에서 핀 위치가 까다로울 것을 예상해 롱 퍼트와 100m 안쪽 샷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장 늦게까지 코스에 남아 롱 퍼트와 샷을 점검했다.

그의 생각은 정확히 맞아들었다. 17번홀(파5), 두번째 샷에서 전날 훈련한 거리의 샷이 남았고 신지애는 버디를 잡아내 공동선두로 올라서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갔다. 그리고 세번의 연장 끝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 어떤 대회보다 압박이 컸지만 신지애는 “지금까지 충분히 준비해왔고, 이제 보여줄 때라고 생각했다”며 “지금까지의 노력이 축적돼있는 내 몸을 믿고 플레이했다”고 돌아봤다.

◇“영구시드, 끝이 아닌 시작”

신지애는 자신의 유일한 한국 후원사 두산건설의 위브 골프단에서 후배들에게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겨울에는 같은 팀 후배인 임희정과 호주 멜버른에서 함께 훈련하며 기술과 골프 인생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전 세계랭킹 1위 고진영, 출전 정지 징계로 방황하던 윤이나가 가장 힘든 순간 찾은 사람이 바로 신지애였다.

커리어 그랜드슬램과 영구시드 달성은 신지애에게 새로운 동력이자 출발선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상금왕에 오른 신지애는 이번 우승으로 JLPGA투어 상금랭킹 1위에 오르며 ‘한·미·일 상금왕 석권’이라는 또 하나의 ‘최초’에 한발짝 다가섰다. 신지애는 “최근 몇달 간의 부진을 떨쳐내고 ‘우승하는 습관’을 되살린 것이 기쁘다”며 “더 많은 우승컵을 거머쥐고 싶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