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유튜브 '노아드라마', 릴숏
출처=유튜브 '노아드라마', 릴숏
"연기도 어설프고 내용도 뻔한데 왜 계속 보게 되는 걸까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국 숏폼 드라마에 빠졌다는 시청자들의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한두 편만 보려고 영상을 틀었다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계속 보다 보니 어느새 새벽 3시가 됐다는 식이다. 한 이용자는 "예고편인 줄 알았는데 그게 드라마였다"며 "더 보려면 앱을 다운로드해야 하더라"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중국 사극이 대부분인데 연기와 분장이 너무 과하고 어설프다"며 "AI로 만든 건지 진짜 배우가 연기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작품의 완성도에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다음 회를 누르는 손은 멈추지 않는다. '조폭 아저씨의 어린 신부', '절친 아빠와의 금지된 사랑' 등 제목부터 자극적인 드라마들이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불륜과 복수, 출생의 비밀 등 익숙한 '막장' 소재를 1~2분짜리 영상에 압축한 것이 특징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숏폼 드라마 열풍이 국내로 번지고 있다. 최근에는 실제 배우 대신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상 배우가 등장하면서 제작 방식까지 바뀌고 있다.

○'조폭 아저씨의 어린 신부'…막장일수록 인기

출처=드라마박스
출처=드라마박스
숏폼 드라마의 전개는 빠르다. 첫 장면에서 사랑에 빠지고, 몇 장면 뒤 배신당하더니 곧바로 복수가 시작된다. 기존 드라마라면 몇 회에 걸쳐 풀어낼 사건이 불과 몇 분 만에 벌어진다.

중요한 비밀이 밝혀지려는 순간 영상이 끝나는 것도 특징이다. 다음 이야기를 보려면 광고를 시청하거나 결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무료로 몇 편만 보려다가 유료 구독까지 이어지는 시청자가 적지 않다.

한 이용자는 숏폼 드라마에 빠진 경험을 소개하며 "일주일에 2만원대였던 것 같은데 1년 내내 보려고 한다"며 "재밌는 걸 어떡하느냐"고 했다.

실제로 국내 이용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앱·결제 데이터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주요 숏폼 드라마 앱 이용자는 298만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 90만 명에서 1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출처=노아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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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별로는 드라마박스가 126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드라마웨이브가 121만 명, 넷숏이 108만 명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넷숏은 1년 전 5만 명에서 108만 명으로 약 21배 급증했다. 릴숏(33만 명), 비글루(30만 명), 레진스낵(18만 명) 등에도 이용자가 몰렸다.

정용국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긴 서사를 따라가기보다 장면마다 즉각적인 몰입감을 주는 방식이 지금의 영상 소비 습관과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우 없이 드라마 찍는 시대…일자리 우려도

숏폼 드라마 열풍에 불을 붙인 또 다른 요소는 AI다. 최근에는 실제 배우를 촬영하지 않고 AI로 인물과 배경을 만들어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중국 AI 드라마는 배우들 얼굴이 많이 구분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분명 마주 보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등 뒤에서 말하고, 몸을 돌려 뛰어나가야 하는데 그냥 직진하는 등 동작 오류도 많다"고 지적했다.

AI 드라마는 대본 작성부터 가상 배우 구현, 배경 제작, 더빙까지 AI를 활용한다. 배우와 촬영 장소를 섭외하거나 대규모 제작진을 꾸릴 필요가 없어 제작비와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기존에는 수십 명이 참여해야 했던 작업을 소수 인력만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숏폼 드라마 시장의 성장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미디어파트너스아시아는 글로벌 숏드라마 시장 규모가 2023년 50억달러에서 2030년 26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지희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