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이 남아도는 전력과 저렴한 토지를 활용해 내륙 지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국이 전력과 부지, 건설 능력을 앞세워 미국과의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은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내륙 지역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은 내몽골의 울란차부(Ulanqab)로, 이미 건설됐거나 건설이 계획된 데이터센터만 89곳에 달한다. 중국의 AI 인프라 확장 속도와 규모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빠르고 큰 수준에 속한다.

중국 정부는 AI 기술 발전을 국가 전략의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AI를 통해 경제 생산성을 높이고 국내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 기술에 의존하는 국가와 기업을 늘려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AI 연산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센터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급증하는 AI 수요를 맞출 첨단 반도체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토지와 전력, 건설 역량은 대규모로 동원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공급의 제약을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장으로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배경이다.

반도체 산업 조사기관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에 따르면 중국에서 현재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의 연산 인프라 용량은 24기가와트(GW)에 달한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전체를 합친 것보다 큰 규모지만, 미국의 56GW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만 중국에서는 추가로 50GW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건설 중이거나 건설 계획이 발표된 상태다. 계획된 시설이 실제 가동에 들어갈 경우 중국의 AI 인프라 규모는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같은 확장 전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내몽골 울란차부다. 감자와 요구르트 간식으로 유명했던 외딴 농업도시였지만 최근 중국의 주요 AI 데이터센터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도시에 건설하기로 확정된 데이터센터 연산 인프라 용량은 약 15GW에 달한다.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데이터센터 집적지로 꼽힌다.

울란차부의 경쟁력은 풍부한 풍력·석탄 발전 자원과 저렴한 토지, 추운 기후, 빠른 시설 건설 능력이다. 특히 안정적인 전력 확보와 전력망 연결이 데이터센터 확장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미국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중국은 전력 공급 여력이 큰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AI 인프라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울란차부 외곽에서는 대규모 건설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엔지니어들은 버려진 고등학교 건물까지 데이터센터로 개조하고 있다.

참여 기업에는 중국의 대형 기술기업인 알리바바와 화웨이가 포함돼 있다. 데이터센터를 건설한 뒤 기술기업에 연산 인프라를 임대하는 Z데이터(ZData)와 VNET 같은 전문 사업자들도 진출했다.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는 중국에서 임대형 연산 인프라 수요를 가장 많이 창출하는 기업으로 부상했다.

AI 개발업체들도 울란차부에 시설을 확보하고 있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 AI 연구기업 딥시크(DeepSeek)와 지푸AI도 이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울란차부에 데이터센터 3곳을 보유한 화웨이의 에릭 쉬(Eric Xu) 회장은 저렴한 전기요금과 베이징과의 접근성을 입지 선정 이유로 꼽았다. 울란차부는 베이징에서 철도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다. 화웨이는 여러 후보지를 검토한 끝에 이곳을 선택했다.

쉬 회장은 지난 8월 처음 울란차부를 방문했을 당시의 경험도 전했다. 그는 "작은 도시라고 생각했다"며 "규모에 놀랐다. 예상했던 것과 매우 달랐다"고 말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이 기존 농업도시의 산업 구조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내몽골의 막대한 발전 설비는 이러한 확장의 핵심 기반이다. 올해 6월 기준 내몽골의 풍력 발전 설비용량은 117GW로 중국에서 가장 크다. 영국 전체 풍력 발전 설비용량의 약 4배에 해당한다. 화석연료 발전 설비용량도 약 130GW에 달하며 대부분 석탄화력 발전으로 구성돼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랜타우그룹(The Lantau Group)의 데이비드 피시먼 애널리스트는 "내몽골이 세계 모든 행정구역 가운데 지역 내 전력 공급 과잉 규모가 가장 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매우 낮은 가동률로 운영되는 막대한 전력 설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발전 설비가 충분하지만 실제 전력 사용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가 AI 데이터센터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추운 기후 역시 비용 측면에서 장점으로 꼽힌다. 대규모 AI 연산 시설은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막대한 냉각 설비와 전력을 필요로 한다. 울란차부를 비롯한 내몽골 지역은 낮은 기온을 활용해 이러한 냉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중국의 데이터센터 확장은 글로벌 AI 경쟁에서 전력 공급과 인프라 구축 능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현재 가동 중인 데이터센터 용량에서 중국을 크게 앞서고 있지만 전력 확보와 전력망 연결이 추가 확장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풍부한 발전 설비와 저렴한 부지를 활용해 대규모 연산 인프라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다만 중국의 첨단 AI 반도체 공급 부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현재 발표되거나 건설 중인 50GW 규모의 추가 데이터센터가 실제 연산 능력 확대로 이어지려면 필요한 반도체도 확보해야 한다.

향후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에서는 중국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이 실제 가동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와 미국의 전력망 제약이 어떻게 작용하는지가 주요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