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소소한 통찰] 한국 여성들은 왜 야구에 빠졌나?
국내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12일 끝난다. 올해도 관중 수 신기록을 달성했다. 2023년 810만 명에서 2024년 1000만 명 관중 시대를 열었고, 1200만 명을 돌파한 2025년에 이어 올해는 1300만 명에 육박하는 기록을 세웠다. 젊은 층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인터파크의 입장권 판매 데이터를 보면 20대 관중 비중이 2019년 21.8%에서 2024년 38.1%로 높아졌다. 관중 10명 중 2명에서 4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관중석을 채운 '소셜링' 욕구

 이솔  기자
이솔 기자
증가한 젊은 관중 가운데 여성 비율이 남성보다 훨씬 높았다. 2024년 티켓링크 자료를 보면 전체 관중 연령대에서 20대 여성 비율은 23.4%로 가장 높았다. 그 뒤가 20대 남성(14.8%)이었다. 여성 관중의 약진은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2025년 온라인 예매자 구성에서 여성이 57.5%로 남성 42.5%보다 무려 15%포인트 높았다. BC카드가 올해 정규 시즌 개막 후 첫 한 달 동안 야구장 결제 고객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여성 결제 비중이 71%에 달했다. 남성의 2.4배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젊은 층, 여성을 향해 지난 10년 이상 꾸준히 구애 활동을 펼쳐왔다. 그런데도 마케팅 업체 컬러매틱스닷컴의 조사를 보면 경기장을 찾고 굿즈를 구입하는 고관여 팬의 70% 이상이 남성이었다. 야구장을 찾는 이들의 연령이 낮아지기는 했으나 미국에선 여전히 40대 후반이 주력이고, 남성이 60%를 차지한다. 2024년 한국 프로야구 관중 중위연령인 30.7세와는 현격한 차이가 난다.

메이저리그로서는 한국 야구팬의 성별, 연령대에서의 성공적인 전환이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모양이다. 지난해 6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미국야구학회에서 ‘한국 20대는 어떻게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는가’라는 제목의 발표가 있었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마케팅하는 회사인 대학내일의 트렌드 전문가인 정은우 본부장이 발표를 맡았다. 그는 연고지에 얽매이지 않는 관계 형성, 웹툰 등 힙한 문화 콘텐츠와의 협업, 스포츠를 통한 정체성 정립과 표현, 야구 콘텐츠의 적극적 생성 등 네 가지를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정 본부장에게 여성 팬 증가에 초점을 맞춰 물었다. 그는 “또래 여성과 소통하고, 팀과 응원단과 승리를 다짐하며 하나가 된다”며 “결론적으로 야구가 나와 같은 취향의 타인을 만나기 힘든 시대에 또래 소셜링(비슷한 관심사나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네트워킹을 즐기는 활동) 갈증을 해소하는 공간”이라고 답했다.

흥행은 설계대로 오지 않는다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에서는 이런 여성 팬을 위해 ‘소셜링 공간’으로 야구장을 기획하는 원대하며 치밀한 계획이 있었을까? 야구 경기를 더 빠르게, 공정하게 진행하는 투구 시간과 자동 볼 판정시스템(ABS) 등의 도입이 있었지, 팬들에게 직접 작용하는 기획은 없었다.

스포츠를 포함한 문화 분야에서 소비자로서 여성의 영향력과 매력은 다른 어느 국가보다 한국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분장놀이를 비롯한 국중박(국립중앙박물관) 굿즈 열풍, 서울도서전의 인기와 빵으로까지 나온 문학 출판사의 텍스트 힙(20·30대 사이에 나타난 독서 유행) 트렌드를 보고 비슷한 이벤트나 굿즈를 만든다고 소리를 높이는 이들을 봤다. 그렇게 의도적으로 하면 사람 쫓아버리는 멍석이 되기 십상이다. 성공한 마케팅 뒤에는 꼼꼼함보다 대범함이 더 빛나는 경우가 많다.

박재항 한국공공브랜드진흥원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