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 경차의 부활
경차 판매량이 늘고 있다. 국내 자동차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새 모델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판매가 증가했다. 중동 전쟁 이후 유가가 급등한 데다 신차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가 유지비 부담이 작은 경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국내에서 신규 등록된 경차는 6만3925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5만4801대)보다 16.6%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기아 모닝(사진)이 이 기간 1만9226대 팔려 작년보다 약 59.5% 증가했다. 기아 레이는 3만7911대 팔려 국내 판매량 8위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3.2% 늘었다. 지난해 1~3분기와 비교해 세 계단 올랐다. 2023년(7위) 이후 가장 높은 순위다.

고유가 시대, 경차의 부활
국내 시장에서 한동안 경차는 외면받았다. 2022년 1~3분기 기준 10만584대를 기록했지만 이후 해마다 감소했다. 2025년엔 1~3분기 5만4801대로 판매량이 반토막 나기도 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가 지속된 데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경차 새 모델을 내놓지 않은 결과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가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고유가·고물가·고금리와 신차 가격 상승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유지비가 많이 드는 대형 차량을 구매하기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올해 1~3분기 대형차 등록 대수는 20.8%가량 줄어 전체 차급 중 가장 크게 감소했다. 현대자동차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는 지난해 4만6466대에서 올해 2만7320대로 약 40.8% 급감했다. 현대차의 주력 차종인 싼타페와 투싼, 팰리세이드 합산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약 37.6% 줄었다.

여기에 경차와 경쟁하던 소형 세단은 국내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준중형 세단 가격(풀옵션 기준)이 4000만원을 넘어서자 경차 인기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닝과 레이의 시작가는 각각 1385만원, 1480만원이다. 현대차 캐스퍼는 1470만원부터다. 경차는 구입 시 취득세와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을 받는 데다 구매 후에 통행료와 주차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