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12만명' 초대박…한국 뒤흔든 '日 콘텐츠' 정체
국내 박스오피스에는 ‘재패니메이션’(일본+애니메이션) 파도가 부쩍 자주 몰아치고 있다. 나가노 각본으로 오이카와 게이가 감독을 맡아 지난달 30일 한국에서 개봉한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의 흥행만 놓고 봐도 그렇다. 개봉 첫날 12만 명을 끌어모으며 ‘암살자(들)’ ‘부활남: 더 레드’ 등 비슷한 시기 개봉한 한국 영화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추석 연휴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겹친 ‘9말10초’가 1년 중 영화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시기임을 고려하면 ‘귀여운 캐릭터물’의 반짝 흥행으로 치부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은 국내 영화시장을 이끄는 흥행 장르로 손꼽힌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2023년 492만 명의 관객을 모았고,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은 지난해 569만 명을 동원해 연간 흥행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망가(만화) 콘텐츠가 소구력 강한 문화적 원형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1990년대 일본 문화 개방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어린 시절부터 재패니메이션을 접한 세대가 문화소비의 주축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더 이른 시점에 J컬처를 접한 서양에선 이미 겪은 현상이기도 하다. 강보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은 “유럽과 미국 중장년층 창작자의 경우 은연중에 일본 콘텐츠를 레퍼런스로 활용하는 지점이 보인다”고 했다.

극장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연결한 흥행 공식도 재패니메이션의 영향력을 키우는 요소다. 극장판 ‘치이카와’는 극장 개봉을 전후해 넷플릭스에서 시리즈를 선보여 캐릭터와 세계관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OTT로 작품 접근성을 높이고 극장판에서 팬덤을 결집하는 방식이다. ‘귀멸의 칼날’ ‘체인소 맨’ 등도 같은 흥행 경로를 밟았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극장과 OTT를 관객(시청자)을 놓고 경쟁하는 대립 관계로 설정하는 대신 하나의 IP(지식재산)를 키우는 서로 다른 창구로 기능하게 하는 것은 배울 점”이라고 했다.

국내 영화·콘텐츠시장은 이미 K컬처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수단으로 J컬처의 성장 궤적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단발성 히트작을 넘어 세대를 거쳐 소비되는 IP를 어떻게 구축했는지가 관심사다. 지난 6일 개막한 BIFF가 올해 반세기 전 고전부터 최신 작품까지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별도 대형 특별전을 마련해 13편을 상영하는 게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BIFF 관계자는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 작품을 통해 현재 영화계가 열광하는 애니메이션 활황이 어떻게 이어져 왔고, 나아갈지 탐색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부산=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