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미나이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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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초·중·고교의 모듈러 교실 설치 사업을 소수 업체가 과점하고, 일부 업체는 관계회사를 동원해 입찰담합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5년간 발주된 1조2000억원 규모의 모듈러 교실 계약 가운데 상위 4개 업체가 약 8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과 주소 등이 겹치는 관계회사들이 동일한 입찰에 참여한 사례도 260건이 넘었다. 일부 학교는 일반 철근콘크리트 건물 신축비의 3배가 넘는 가격에 모듈러 교실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8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모듈러 교실 계약은 764건, 계약금액은 1조24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모듈러 교실 설치 계약을 따낸 업체는 23곳으로, 이 중 상위 4개 업체의 계약금액이 9793억원에 달해 전체의 78.8%를 차지했다. 계약 건수로도 전체 764건 중 607건(79.5%)을 이들 4개 업체가 차지했다.

특히 시장점유율 1위와 3위 업체는 임원이나 사업장 주소가 겹치는 관계회사들과 동일한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 1위 A사와 5위 B사는 같은 주소에 지점을 두고 있었다. 동일 인물이 2019년 4월부터 두 회사의 지배인으로 등기돼 있었고, A사의 대표이사와 이사를 지낸 인물 2명은 B사의 사내이사를 겸직했다. 두 회사의 합산 계약금액은 3481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28.0%에 달했다.

시장점유율 3위 C사 역시 여러 관계회사를 설립하거나 합병하는 과정에서 임원 겸직 사례가 확인됐다. 이 회사는 2020년과 2022년 세 회사를 분할했다가 다시 흡수합병했다. 관계회사 한 곳은 두 차례 상호를 변경했다. 동일 인물이 감사나 대표이사, 사내이사를 겸직한 사례가 확인됐다. C사와 관계회사들의 합산 계약금액은 약 2500억원이었다. 두 계열의 계약금액을 합치면 5981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48%에 이른다.

이들 관계회사가 동일한 입찰에 참여한 사례는 총 266건, 사업금액은 4263억원으로 집계됐다. A사와 B사는 51건, 993억원 규모의 입찰에 함께 참여해 45건, 841억원을 낙찰받았다. C사와 관계회사들은 215건, 3269억원 규모의 입찰에 중복 참여해 94건, 1190억원을 수주했다.

A·B사와 C사 관계회사들이 동일한 입찰에 참여해 낙찰받은 계약은 총 139건, 2032억원에 달했다. 지난달 14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모듈러 교실 관련 입찰 의혹 규모인 33개교, 약 1300억원보다 사업금액 기준 3배 이상 큰 규모다. 다만 관계회사가 동일한 입찰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담합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담합 여부와 부당이득 규모 등은 관계기관의 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모듈러 교실의 구매·임차 가격도 도마에 올랐다. 전국 126개교의 모듈러 교실 평균 구매가격은 ㎡당 239만원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구매단가가 높은 상위 10개교는 ㎡당 443만~676만원에 달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의 철근콘크리트 학교 건물 표준 신축단가인 ㎡당 183만원의 2.4~3.7배 수준이다.

임차료가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듈러 교실을 임차한 639개교의 평균 임차료는 ㎡당 95만원이었지만, 가장 비싼 학교는 평균의 5.7배에 달했다. 이는 평균 구매가격의 2.3배 수준이다. 임차료 상위 10개교는 모두 임차료가 평균 구매가격보다 높았다. 임차 발주 과정에서 구매가격과 임차료를 비교한 견적조차 없는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박 의원은 소수 업체에 집중된 시장 구조와 관계회사들의 중복 입찰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이번에 확인된 사례는 같은 이름이 여러 회사 등기부에 그대로 올라 있어 드러난 경우”라며 “차명이나 가족 명의를 이용했다면 등기부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 만큼 실제 규모는 훨씬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