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라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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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의 독점 경쟁이 브랜드 유치에서 제품의 색상과 구성까지 세분화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단독 립밤 컬러와 화장품 세트를, 롯데면세점은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위스키를 앞세웠다. 외국인 구매객이 늘어도 1인당 구매액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특정 면세점을 찾아야 할 이유를 상품으로 만드는 전략이다.

단독 컬러·세트로 뷰티 수요 공략

8일 신라면세점에 따르면 올해 들어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은 개별여행객(FIT)을 중심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신라면세점은 고객 수요에 맞춰 브랜드와 협업한 단독 구성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브랜드 전체를 독점 유치하는 데 더해 인기 제품의 색상이나 묶음 구성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메이크업포에버의 '아티스트 컬러 글로우 립 밤'이 대표적이다. '페스티벌 라일락'과 '애니웨어 카페인' 등 2가지 컬러를 국내 면세업계에서 신라면세점 단독으로 선보인다. 판매처는 서울점과 신라인터넷면세점이다. 같은 브랜드의 립밤이라도 원하는 색상에 따라 구매처가 달라지도록 구색을 차별화했다.

신라인터넷면세점에서는 설화수와 에스트라의 단독 세트도 출시한다. 설화수의 '에센셜 라인 스타트 앤드 케어 세트'는 윤조에센스 90mL 듀오와 탄력크림 듀오로 구성했다. 구매 고객에게 윤조에센스와 탄력크림 각 15mL, 자음생 안티에이징 키트 5종을 추가 증정한다.

에스트라의 '민감피부 수분충전 세트'는 아토베리어365 크림 듀오와 크림 미스트를 묶었다. 구매 고객에게 아토베리어365 크림 30mL를 추가 제공한다. 단독 컬러는 취향을, 단독 세트는 주력 제품을 함께 구매하려는 수요를 겨냥한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개별여행객을 중심으로 화장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 선호도를 반영한 단독 상품과 차별화된 혜택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라면세점 뿐 아니라 신세계면세점도 온라인몰 뷰티 카테고리에서 약 80개의 단독 브랜드를 운영한다. 신세계면세점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단독 브랜드 매출은 전년 대비 74% 증가했다. 출국 전 상품을 검색하고 비교하는 고객에게 경쟁사와 다른 선택지를 제시하는 전략이다.

브랜드·한정판 확보…판매 성과도 나타나

프리미엄 상품에서도 단독 브랜드의 판매 성장 사례가 확인된다. 지난해 8월 롯데면세점 측은 3개월 시계·주얼리 매출은 직전 같은 기간보다 약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당시 쇼메·프레드·메시카·포멜라토 등 단독 브랜드의 매출 증가율이 평균 30%로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았다.

위스키는 신규 브랜드와 한정판이 경쟁의 중심이다. 롯데면세점은 9월 21일부터 칭다오 위스키 5종의 단독 판매를 시작했다. 수입사 블랙스텔라 트레이딩은 한국 첫 출시를 롯데면세점에서 진행하며 국내외 여행객과 위스키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신라면세점은 글렌알라키의 단독 싱글캐스크 제품을 확보했다. 지난 3월 서울점 시음회에서는 신라 단독 싱글캐스크 2종을 포함한 위스키 4종을 소개했다. 하나의 오크통에서 나온 원액을 병입하는 싱글캐스크는 통마다 풍미와 생산량이 달라 애호가의 비교 시음과 수집 수요를 겨냥할 수 있다.

신세계면세점에서는 지난해 7월 31일 단독 입점한 '김창수초이스2-스페이사이드' 130병이 입점 직후 모두 판매됐다. 김창수 디스틸러가 캐스크를 선정한 스카치 독립병입 위스키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사진=한경DB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사진=한경DB

단독 혜택…식품·콘텐츠로도 확장

독점 상품을 보여주는 방식에도 더욱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현대면세점은 온라인몰에 '오직현대' 코너를 운영하며 단독 브랜드와 상품을 소개한다. 딥티크의 오르페옹과 플레르 드 뽀 등에는 구매금액별 단독 사은품 증정 혜택을 안내하고 있다. 제품 자체를 독점하는 방식과 달리 구매 조건을 차별화하는 전략이다.

상품을 모아 보여주는 편집 역량도 강화했다. 올해 2월 무역센터점 9층에 문을 연 '스킨랩 서울'에서는 더셀랩·셀베인·스노우톡스·셀루메·리쥬비온 등 15개 K뷰티 브랜드를 선보였다. 피부과 전문의나 약사 등이 개발에 참여한 기능성 화장품을 모아 외국인 관광객의 상품 탐색을 돕는 공간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식품과 K팝 콘텐츠를 통한 연계 구매도 시도하고 있다. 명동점의 식품 큐레이션 공간 '테이스트 오브 신세계'는 개장 6개월 만에 식품 매출이 30배로 늘었고, 식품 구매 고객의 다른 카테고리 교차 구매도 10배로 증가했다. 'K-웨이브존' 매출은 개장 1달 만에 206% 증가했다.

해당 공간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이 독점 판매되는 것은 아니지만, 식품이나 굿즈를 구매하러 온 고객이 다른 상품까지 살 수 있도록 쇼핑 동선을 넓힌다는 점에서 새로운 형태로 평가받고 있다.

객단가 하락 지속…전체 실적 반등은 별도 과제

단독 상품 경쟁의 배경에는 방문객 증가만으로 매출을 늘리기 어려워진 시장 환경이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 외국인 구매 인원은 138만653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39.1% 증가했다. 하지만 외국인 매출은 8.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심지어 외국인 1인당 구매액은 약 73만6000원에서 57만1000원으로 22.4% 감소했다.

이 상황에서 독점 상품 판매는 모객과 매출을 모두 신장시킬 수 있는 전략으로 꼽힌다.

단독 브랜드와 한정판에는 초기 홍보비와 재고 부담이 따른다. 세트와 사은품도 고객이 체감하는 혜택을 높이는 동시에 비용을 발생시킨다. 실제 성과를 판단하려면 단독 상품의 매출뿐 아니라 신규 고객 유입, 다른 상품의 동반 구매, 판촉비를 반영한 이익까지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면세점들이 K뷰티부터 위스키까지 확산한 독점 경쟁을 펼치는 건 그만큼 시장 환경이 매출을 늘리기 어려워진 상황임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는 '여기서만 살 수 있다'는 차별성이 얼마나 지속적인 구매와 이익으로 이어지는지가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 특히 독점 브랜드 전략은 면세점 매출의 '증량'보다는 '믹스 개선과 수익성 방어'에 보다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결국 전체 매출의 본격적 회복 여부는 환율 안정화와 관광 수요의 질적 개선이 동반될 때 더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