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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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불과 2달새 200원 넘게 떨어지면서 고환율에 직격탄을 맞았던 면세업계에서 반등 기대감이 나온다. 그간 환율이 치솟은 탓에 국내 가격보다 오히려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에 고전했던 면세점들로선 반전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15일 오전 8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48원까지 하락했다. 지난 3월 1559원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200원 넘게 떨어졌다.

면세점 매출은 최근 몇 년 동안 고환율과 관광객, 내국인들의 소비 패턴 변화로 이중고를 겪어왔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6조3623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7조3969억원) 대비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기간 누적 외국인 구매객은 513만명으로 전년 동기(442만명) 대비 16.1% 증가했음에도 오히려 전체 매출은 줄어들었다.

이는 내국인 매출이 감소한 데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과거처럼 고가 명품을 구매하기보다 저마진 K뷰티 제품이나 한국 디저트 등 저가 상품 위주로 소비 패턴을 바꾸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매출 비중이 높았던 2021년 263만4000원에 달했던 1인당 구매액은 2022년 164만5000원, 2023년 62만3000원, 2024년 50만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 대신 올리브영, 무신사 등 일반 유통채널로 이동하는 현상이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환율 요인이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 원·달러 환율 종가 기준 평균은 1484.6원이었다. 이는 IMF 시기인 1998년 1분기 1493.1원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이 시기엔 면세점의 달러 표시 상품 가격이 원화 환산 시 백화점 정가보다 비쌌을 정도다. 상반기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은 롯데 124.6%, 신세계 120.5%, 현대 112.8% 급증한 반면 면세점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올해 7월에는 월평균 고시환율이 1501.1원까지 오르면서 내국인 구매인원(136만3372명)과 매출액(2418억원)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4.2%, 13.5% 감소하는 등 고환율의 부정적 영향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사진=신라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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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점을 찍었던 환율이 2달여 만에 급락했다. 지난 11일에는 1337.9원까지 내려왔다. 이는 2024년 10월 8일(1333.3원) 이후 1년 11개월 만의 최저치로, 최근에는 1300원대 중반의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환율 하락에 대응해 롯데·현대면세점은 지난 10일부터, 신라·신세계면세점은 9월 11일부터 국산품 기준 환율을 달러당 1400원에서 1350원으로 인하했다. 이는 지난 15개월간 5차례에 걸친 기준환율 조정의 연장선이다.

환율 하락이 면세점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면세점 판매가 5500달러인 디올 레이디백 미니의 경우 3개월 전 환율(1524.5원) 적용 시 원화 환산가격이 838만원으로 백화점 정가 750만원보다 88만원 비쌌으나, 10일 환율(1336.1원) 기준으로는 735만원까지 떨어져 백화점보다 15만원 저렴해지는 '가격 역전'이 해소됐다. 보테가베네타 명함 지갑 역시 원화 환산가격이 약 88만원에서 약 77만원으로 낮아져 백화점 판매가(82만원)를 하회했다.

이러한 가격 경쟁력 회복은 실제 내국인 매출 반등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롯데면세점의 월별 내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7월 26%, 8월 43%, 9월 1~13일 55% 증가하며 증가 폭이 매월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율이 높았던 7월과 비교해 8월 보석과 시계 매출은 19%, 패션 카테고리는 40% 늘어나는 등 고가 상품군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추석과 연말이라는 전통적 성수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내국인 해외여행 및 면세 쇼핑 수요 회복에 우호적 시기가 오면서 매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다만 환율 하락이 면세업계에 호재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란 지적도 있다. 환차손 리스크 때문이다. 지난 1년간 환율이 1400~1500원대에서 움직이던 시기에 비싼 값에 수입품을 매입해 둔 상황에서 환율이 1300원대로 급락하면, 판매 시점에 오히려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외국인 고객 입장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원화 강세는 외국인이 보유한 달러의 구매력을 낮추는 동시에, 기준환율 인하로 국산 화장품 등의 달러 표시가격이 오르면서 외국인 매력도가 저하될 소지가 있다. 면세점 매출에서 여전히 외국인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적 회복의 관건은 외국인 관광객 소비 여력을 얼마나 견인하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면세업계는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 회복에 무게를 싣고 있다.

호텔신라의 올해 2분기 면세(TR) 부문 매출은 772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6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인천공항 일부 사업권 철수 등 고정비 부담을 줄인 효과가 컸다. 호텔신라 전체 영업이익도 6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6% 늘었다.

내국인 대상 과도한 프로모션 역시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한 명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경쟁적으로 모델을 채용하고 프로모션을 진행했다면, 최근에는 실익 위주로 변화하는 분위기"라며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보다는 영업이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